3) 메칼프의 법칙
우리는 흔히 어떤 사람의 중요성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의 네트워크의 다양성으로 하기도 한다. 즉,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얼마나 많이 알고있고, 필요할 때 그 네트워크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 가’가 때로는 사람의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는 그다지 가치가 높은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난 그렇게 발이 넓은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남보다 뛰어난 사교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아는 사람들이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가지 사실을 알고는 세상의 모든 사람은 네트워크상에서는 모두 평등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소 이야기가 길게 돌아가더라도 재미삼아 읽어보기 바란다.
1929년 헝가리의 소설가 카린시는 “연쇄”라는 소설을 썼다. 그 내용은 지구상의 15억 주민(1929년도 지구상의 인구가 겨우 15억뿐이었다니……)들중 아무나 한 사람의 이름을 뽑았을 때, 다섯명이하의 지인의 연쇄적인 친분관계를 통하여 자신이 그에게 연결할 수있다고 장담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노벨상 수상자와 자신이 어떻게 연결되는 지를 다음과 같이 증명하였다. 우선 노벨상 수상자는 노벨상을 직접 수여하는 스웨덴의 구스타프왕을 알 것이며, 이 구스타프왕은 테니스를 꽤 잘쳐서 종종 테니스 챔피언과 테니스를 치고, 이 테니스 챔피어은 우연히도 주인공의 친한 친구라는 것이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후 하버드대학의 교수였던 스탠리 밀그램은 ‘상호 연결성’에 관하여 “6단계의 분리(six degrees of seperation)란 논문을 썼는 데, 카린시의 “연쇄”를 사회학자를 대상을 하여 영어로 쓴 것처럼 흡사하였다. 그 내용은 지구상의 어느 지역의 사람과 무작위로 뽑은 다른 지역의 사람이 연결될 수 있는 중간 단계의 수는 평균적으로 5.5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이 다른 사실은 “어떤 네트워크의 가치는 그 네트워크에 참가하는 구성원의 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메칼프의 법칙이다.
위의 두가지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난 비로소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처음으로 확신하였다. 왜냐하면 6명만 통하면 난 이 세상의 누구와도 아는 사람이 될 수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네트워크나 교황의 네트워크나 같은 가치를 갖는 것이고, 인간 홍재화나 로마의 교황이나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음이 명백하게 증명이 되기 때문인다.
그런데 얼마되지 않아 난 다시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메칼프의 법칙에는 두 개의 전제조건이 되는 가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어떤 네트워크에 참가한 구성원이 느끼는 효용의 크기는 그 네트워크에 참가하고 있는 구성원에 수에 비례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어떤 네트워크의 전체 가치는 그 네트워크의 구성원 각각이 느끼는 효용의 합이 된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저자의 네트워크와 교황의 네트워크의 크기가 같아야 한다는 것과, 저자와 교황이 사람들에게 동일한 정도의 만족 또는 영향력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사람들은 두 사람의 네트워크의 크기가 평균적으로 6단계이후에는 같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거나 인정하는 사람이 별로없다. 그리고 6단계이내에서도 저자의 네트워크는 상호간의 영향력이 별로 없지만, 교황 자신의 네트워크에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란 저자와는 애초에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저자가 삼계탕먹으러 가자면 누가 밥값을 내는 가에 따라 틀리고, 또 상대가 시간이 있어야 가지만, 교황이 삼계탕먹르러 가자면 사람들은 수천만원씩 헌금하면서 회사를 빠지고라도 간다는 말이다. 어찌되었건 겨우겨우해서 저자가 식사라도 같이 했다치더라도 느끼는 만족도가 틀릴 것이다. 저자는 분명히 식사를 대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천만을 헌금하면서 교황과 어렵게 식사를 한 사람의 만족도가 더 높다.
이를 인터넷으로 비교하자면 ‘다음’이나 ‘야후’등의 메이저급포탈 사이트와 기타 수많은 사이트의 관계이다. 인터넷 유저들은 효용가치가 높은 곳으로 모이게 되고, 따라서 방문자의 수는 점점 많아지고, 따라서 그 사이트의 효용은 더 높아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 것은 똑같은 인터넷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사이트간의 가치가 달라지는 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다가오는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한 미래의 사회가 80/20의 사회가 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중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볼 수있다.
메칼프의 법칙은 기술의 개발에서 나온 말인만큼 정보통신 제품을 예로 들면 더 확실해진다. 가장 자주 인용되는 전화나 팩스는 소수가 사용할 때는 그 가치가 높지 않으나, 일단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확인을 한 후부터 그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전화기가 온 세상에 100대가 있어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소유하였을 때는 전화기가 없어도 생활이 가능하였지만와 1억대의 전화기에 지구 인구의 절반이상이 연결되어있는 지금은 전화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사용자의 수가 일정 수준(임계질량)에 도달하게되면 해당 네트워크의 효용이 급증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임계질량에 도달하게 되는 시간이다. 전화만하더라도 임계질량에 도달되기까지는 나라별로 조금씩 다르겠지만 적어도 20-30년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경우는 1995년부터 민간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지만, 불과 5-6년사이에 이러한 임계질량을 지났다. 인터넷과 연동되어 작동되는 전자우편, web site, 인터넷 비즈니스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멧칼프의 법칙은 무어의 법칙과 더불어 급격한 디지털 현상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4) 코어스의 법칙
한국의 중소기업중 5개 패션기획 전문업체 사장이 모여 설립한 패션.의류 종합 컨설팅회사인 그루피아사가 설립되었다. 그루피아사는 그 이름만 있을 뿐 별도의 건물이나 상근 직원없이 가상기업 구성회사의 사무실을 연락처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가상기업의 5개 구성회사 사장들은 매주 한차례 회의를 갖는 것 이외에는 각자 자신의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고객으로부터 컨설팅 의뢰가 들어오면 가상기업인 그루피아는 패션경영 전문인 코디오사, 생산관리 전문인 모디오사, 유통전문의 피스코케이사, 정보마켓팅 전문인 수스사 그리고 디스플레이 및 인테리어 전문인 하이텍사가 각 사의 전문 영역별로 결집하여 최상의 대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형태를 우리는 ‘가상기업’이라고 부른다.
파워북이란 노트북 컴퓨터를 개발한 델 컴퓨터는 생산라인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니와 제휴를 맺어 동 제품을 생산하였다. 이 것은 애플컴퓨터의 사용이 편리한 소프트웨어와 소니의 소형화 기술을 결합한 것으로, 애플 컴퓨터는 소니가 생산한 10만여개의 제품을 판매한 1년후 계약을 종료하였다. 애플 컴퓨터는 이러한 가상기업의 개념을 도입, 실행함으로써 경쟁사인 DEC의 4배, IBM의 2배에 해당하는 종업원 1인당 44만달러의 높은 수익을 향유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아웃 소싱이라고 한다.
위의 두가지 예는 분명히 사업을 영위하기는 하지만 가급적 조직의 크기를 줄인 예이다. 이유는 명백하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하여, 최대한으로 조직의 크기를 줄인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의 규모가 작으면 작을 수록 좋을까? 아니면 큰 것이 좋을까? 물론 결론은 간단하다. 가장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규모까지만 기업은 성장하게 되어있다. 기업의 설립 초기 또는 소규모기업에서는 소규모의 인원에 맞게 업무가 통합되어 사장이 비서역에 경리역도 하고 영업도 하지만, 점차 사업규모가 커지면 각각의 역할이 분할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각자의 업무에 전문적인 소견을 갖추면서 업무능력이 올라가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조직이 커져서 마침내 조직내의 ‘관료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면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진다. 수확체감의 법칙이 회사의 규모에도 적용된다. 기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생산요소의 구매가격이 낮아지고, 원가가 낮아지고 기업은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조직화의 비용 및 오류에 의한 손실은 조직화된 거래의 시공간적인 분산, 거래의 다양성, 그리고 관련된 가격의 변동 확률이 증가하면 할수록 커진다. 이것은 기업이 확대됨에 따라 효율성이 저하되는 이유를 제시해 준다.
이는 기업이론의 여러 가지중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교수 코어스가 주장하는 이론으로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를 시장에서의 거래비용이 기업내 조직이 운영비용보다 더 크기때문이며, 만약 시장에서의 거래비용이 기업의 내부비용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경우 기업의 해체가 가속된다”고 하였다. 이 것이 “코어스의 법칙”이다. 시장의 네트워크화에 따른 시장에서의 거래비용의 감소가 기업내부의 거래비용보다 작을 때 기업의 해체를 가속시키고, 다운 사이징을 유도한다는 의미이다. 이 코어스의 법칙이 디지털 경제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점차 기업 내부의 비용과 복잡성이 감소하고 있어서, 기업의 다운 사이징이 일반화 되는 이유를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선진 산업국가에서는 제조업의 비중이 작아지고,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은 보이지 않는 정보의 흐름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그 정보의 흐름에 소요되는 비용이 점차 적어지고,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서 기업 내부에서 이를 만들어 내고 가공하기 보다는 외부에서 필요할 때마다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코어스의 법칙에 의하면 앞으로도 기업은 정보화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그 숫자도 작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통신비용의 지속적 하락으로 공개 시장의 거래비용이 0에 접근할 수록 기업의 규모도 축소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