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나는 치밀한 전략과 투자로 만들어진 강력한 문화상품”
한국의 문화병기 ‘비’를 만나다, 총칼보다 무서운 문화 콘텐츠





출처 : 한경닷컴 > 뉴스 > 스포츠/문화
일자 : 2010년 1월 3일


크리스마스 이브인 작년 12월24일 오후 8시.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호텔 내 공연장인 콜로세움의 4000여석이 가수 겸 배우 비의 팬들로 가득찼다. 3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콘서트(레전드 오브 레이니즘)는 달라진 비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관객의 상당수가 백인이었고 중국 홍콩 일본 필리핀 등지에서 온 팬도 많았다. 다국적 팬들은 2시간여의 공연 내내 그의 몸짓과 손짓 눈짓 하나에 열광하고 환호했다.

이런 비를 만든 원동력은 뭘까.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돌아가신) 어머니죠.늘 저에게 가르침을 많이 주셨어요”라고 대답했다. 지독한 도전정신과 오기,끈기는 그를 발굴한 박진영씨한테 배운 거라고 했다.



또 다른 요인은 없었을까. 물론 전략과 투자도 비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였다. “저도 하나의 상품으로서 전략을 세웠고 투자를 했었요. 전략기획실에서 전략을 짜서 연구소에서 투자비용을 계속 댔죠.그래서 만들어진 상품이에요. 상품이란 단어를 나쁘게만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강력한 문화상품이 되는 게 왜 나쁘냐는 거죠.저는 제가 막강해져야 제 후배들의 갈길도 많아진다고 봐요. ”

라스베이거스(미국 네바다주)=이건호 특파원 leekh@hankyung.com



책 제목 : 문화경제학 만나기

저자 : 한국문화경제학회



문화 자본이라는 말이 점차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있다. 문화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를 저장하고, 이를 통해 인간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어 문화적 자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면 문화적 자본은 경재활동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 작용하는가? 당연히 물적 자본의 작용과 비슷하다. 즉 문화는 다른 물적 생산요소와 결합하여 고부가 가치의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자본적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 다시 말하면 문화는 다른 상품 및 서비스의 생산에 중간 원료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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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에 라스베가스에 전시회하러 간 적이 있었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일정이 끝나고 공연을 보러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게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국에서 보던 박진영의 춤이나 노래와 별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스베가스의 쇼가 멋있다는 생각보다는 ‘아! 박진영이 참 뛰어나지요’고 옆에 앉았던 사람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그 분왈, ‘여기는 오리지날이고, 박진영은 모방이잖아요!’라고 했다. 하기사 그런 류의 춤과 댄스는 역시 미국이 원조기는 하다. 하지만 여전히 박진영의 춤과 댄스가 나에게는 전혀 어설퍼보이지 않을 만큼 라스베가스의 공연이 뛰어나지는 않았다. 그만큼 그의 공연이 훌륭하게 모방했다고 할 수있으니까.



요즘의 ‘비’의 공연은 당연히 미국 공연의 아류라는 평가를 벗어난 모양이다. 이제는 비만의 공연 스타일이 생겼고, 그에 대한 미국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그 점에 대하여는 우선 박진영의 뛰어남을 칭찬해야 한다. 이제는 원더걸스로 미국에서 또 바람을 일으키고 있으니, 그는 정말 기획자로서, 아티스트로 대단하다고 말할 수있다.



박진영이야말로 한국의 아티스트도 외국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수있다는 것을 재삼 확인했다고 할 수있다. 그는 새로운 수출거리를 찾아낸 것이다. 박진영은 한국의 해외 진출역사에서 새로운 평가를 받아야 한다. 박진영-비-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은 다른 한국 아티스트의 해외 진출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들이 한국에 벌어줄 외화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문화자본의 수출이라는 광맥을 찾아냈고, 이제는 ‘비’가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외화 가득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들로 인한 한국인에 대한 평가는 또 얼마나 높아지겠는지를 생각해보자. 현지 교민에 대한 평가가 높아진다면 이들이 미국 회사에 취직하였을 때 받을 연봉이 단 1달러라도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지지는 않는다. 인종의 용광로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섞이지 않는 용광로이라서 그 속에서도 계층이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보이지 않는 각 민족에 대한 평가가 왜 중요한 지도 알 수있다.



삼성-현대-LG가 외국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면 벌어들일수록, 현지 교민들의 한국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지는 것처럼, 더 많은 ‘박진영. 비, 원더걸스’가 나올수록 한국.한국인에 대한 자부심도 높아질 것이다.



돈도 벌고, 자존심도 높여주는 것이 일반 제품 수출이 하는 것이라면,

돈도 벌고, 자존심도 높여주는 데다가 재미까지 있으니 ‘문화자본’도 수출할 만하다.



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