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교차하는 양평 용문산 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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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역에서 중앙선 전철 타고 용문역까지 70分,
용문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걸어 5分,
버스(30분 간격 운행) 타고 용문산 입구까지 15分,
전철이 용문까지 닿아 접근성이 한결 좋아진 용문산이다. 산 아랜 완연한 봄날씨지만 용문산 봉우리는 잔설로 희끗희끗하다. 일주문을 통과해 개울을 거슬러 오르다보면 용문사 수문장 격인
수령 1100년 된 은행나무가 우뚝 다가선다.
잎들을 다 떨궈내 앙상하지만 존재감은 엄청나다.
거목을 향해 예를 갖춰 안전산행을 청한다.
銀杏木은 암수 나무가 다른 자웅이주(雌雄異株)다.
경외감 마저 드는 용문사의 은행古木은 암그루이다.
그렇다면 마주보는 숫그루가 있어야 열매를 맺을텐데…
주위 어딜 둘러봐도 이 巨木을 대적할만한 숫그루는 없다.
숫그루 대신, 맞은 편에 이보다 훌쩍 큰 피뢰철주가 서 있다.
피뢰철주는 古木을 벼락으로부터 보호할 수는 있겠으나
만고풍상을 견뎌온 孤木을 보듬어 줄 수는 없을 터… 은행나무를 끼고 돌아 다리를 건너면 비로소 본격 산길이 시작된다.
정상까지 2.2km를 가리키는 팻말 앞에서 재킷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그새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할 정도, 반팔셔츠 생각이 굴뚝같다.
까칠한 된비알에 박힌 돌뿌리는 부실한 잇몸에 박힌 잇빨 같다.
밟고 올라설라치면 흔들거리는 통에 여러번 식겁해야 했다.
비탈에 선 소나무는 앙상한 뿌리를 드러낸 채 힘겹게 제자리를 지킨다.
이리저리 뿌리를 뻗쳐가며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쏟는 모습으로 비친다.
무심한 산꾼들의 무수한 발길에 오늘도 등로는 패여지고 쓸려 내린다.
등로훼손이 심하다.
나 역시 산 다닌답시고 훼손에 일조하고 있으니 할말은 없다. 등로를 지키는 나무들은 산객들에 의해 수없이 짓밟히고 휘어잡힌다.
그런데도 나무들은 비탈길에서 손잡이가 되어 당겨주고 디딤목이 되어 올려준다.
나무들은 이처럼 산객들을 염치없고 부끄럽게 만든다.
이마를 타고 흐른 땀이 눈알을 자극해 쓰라리다. 콧속도 거북하다. 목도 마르다.
콧물을 훔치고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된비알 길이 막 시작되는 지점에서
배낭을 내렸다. 멈춰서면 보인다 하였던가? 나뭇가지 사이로 번지는 봄기운을 마중하던 중, 연리목(連理木)을 발견했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맞닿은 채 오랜 세월이 지나 한 몸이 되었다.
산길을 걷다 두어번 연리목을 맞닥뜨린 적 있다. 상서로운 일이다. 된비알이 시작되면서 계단도 시작이다.
여느 산의 계단과 달리 계단마다 목침처럼 생겨먹은 반계단을 올려놓았다.
지친 걸음 그리고 숏다리?를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마당바위 갈림길에 이르러 아이젠을 꺼내 신발에 채웠다.
응달진 등로는 아직은 빙판길이다.
낙엽이 얼음을 덮고 있어 방심은 곧바로 사고를 부른다.
정상을 8백미터 앞둔 전망 좋은 바위벼랑에 올라 산자락을 내려다보니,
겨울과 봄의 팽팽한 기싸움이 한창이다.
막무가내로 파고드는 봄볕에 겨울은 기력이 쇠해가는 모습이다. 파랗던 하늘은 그새 가스가 엷게 번져 뿌옇다.
밧줄을 부여잡고 지친 몸뚱어리를 끌어 당겨 올려 놓으면 또 가파른 계단이,
계단을 다 올라섰나 싶으면 또다시 된비알이…거듭 나타난다.
그렇게 파김치가 되어 산봉에 올라서면 거대한 통신탑이 괴물처럼 다가선다. 잘 손질해 놓은 전망데크와 흉물스레 널브러져 있는 철조망이
공존하고 있는 곳, 용문산 정상(해발 1,157m)이다.
민간인 통제용 울타리가 쳐져 있어 흡사 전방 지오피 같다.
산 정상 표시석 앞은 ‘블랙야크 40명산 도전단’이란 글이 새겨진
모자를 쓴 산객들로 북새통이다.
아웃도어 ‘블랙야크’가 40주년을 맞아 40명산 도전 이벤트를 진행 중인데
용문산이 40명산에 포함되어 있어 도전단들이 대거 몰린 탓이다. 몇해 전 여름, 이곳에 올랐을 땐 비구름이 자욱했었다.
운무가 산하를 집어삼켰다가 토해내길 반복하던 그때와 달리
겨울 끝자락의 용문산은 시시각각 치고 올라오는
봄기운에 떠밀려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는 모습이다.
늘 그러하듯 아쉽다 느껴질 때 내려서야 한다.
몽환적 분위기에 빠져 자칫 내려설 타임을 놓치면
모두를 놓칠 수도 있다. 만고의 진리다.
급사면 빙판길, 발딛기가 오를 때 보다 더더욱 조심스럽다.
목책을 잡고 계단을 내려서는 순간, 엄지와 검지 사이의 살이
날카롭게 삐져나온 옹이에 걸려 찢어졌다.
선혈이 뚝뚝 떨어질 정도라 급히 스카프로 묶어 지혈한 후
휴대용 응급키트를 열어 소독하고 테이핑 했다.
덥다고 장갑을 벗어버린 게 결국은 화를 자초했다. 어느만치 내려서다 만난 갈림길에서 방향을 틀어 계곡길을 택했다.
응달진 계곡길 대부분 빙판이고 볕이 든 곳은 진흙탕이다.
고도를 한참 낮춘 후에야 길은 비로소 뽀송해졌다.
미끄럽고 질척거리는 산길을 쉬지않고 내려 왔는데도
계곡의 끝은 좀체 다가서질 않더니만…
숲사이로 언뜻 은행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용문사다.
가벼운 복장으로 용문사에 산책 나온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반팔 티셔츠 차림도 간간이 눈에 들어올 만큼
3월 9일 토요일 오후는 봄을 넘어 초하의 날씨였다.
용문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걸어 5分,
버스(30분 간격 운행) 타고 용문산 입구까지 15分,
전철이 용문까지 닿아 접근성이 한결 좋아진 용문산이다. 산 아랜 완연한 봄날씨지만 용문산 봉우리는 잔설로 희끗희끗하다. 일주문을 통과해 개울을 거슬러 오르다보면 용문사 수문장 격인
수령 1100년 된 은행나무가 우뚝 다가선다.
잎들을 다 떨궈내 앙상하지만 존재감은 엄청나다.
거목을 향해 예를 갖춰 안전산행을 청한다.
銀杏木은 암수 나무가 다른 자웅이주(雌雄異株)다.
경외감 마저 드는 용문사의 은행古木은 암그루이다.
그렇다면 마주보는 숫그루가 있어야 열매를 맺을텐데…
주위 어딜 둘러봐도 이 巨木을 대적할만한 숫그루는 없다.
숫그루 대신, 맞은 편에 이보다 훌쩍 큰 피뢰철주가 서 있다.
피뢰철주는 古木을 벼락으로부터 보호할 수는 있겠으나
만고풍상을 견뎌온 孤木을 보듬어 줄 수는 없을 터… 은행나무를 끼고 돌아 다리를 건너면 비로소 본격 산길이 시작된다.
정상까지 2.2km를 가리키는 팻말 앞에서 재킷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그새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할 정도, 반팔셔츠 생각이 굴뚝같다.
까칠한 된비알에 박힌 돌뿌리는 부실한 잇몸에 박힌 잇빨 같다.
밟고 올라설라치면 흔들거리는 통에 여러번 식겁해야 했다.
비탈에 선 소나무는 앙상한 뿌리를 드러낸 채 힘겹게 제자리를 지킨다.
이리저리 뿌리를 뻗쳐가며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쏟는 모습으로 비친다.
무심한 산꾼들의 무수한 발길에 오늘도 등로는 패여지고 쓸려 내린다.
등로훼손이 심하다.
나 역시 산 다닌답시고 훼손에 일조하고 있으니 할말은 없다. 등로를 지키는 나무들은 산객들에 의해 수없이 짓밟히고 휘어잡힌다.
그런데도 나무들은 비탈길에서 손잡이가 되어 당겨주고 디딤목이 되어 올려준다.
나무들은 이처럼 산객들을 염치없고 부끄럽게 만든다.
이마를 타고 흐른 땀이 눈알을 자극해 쓰라리다. 콧속도 거북하다. 목도 마르다.
콧물을 훔치고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된비알 길이 막 시작되는 지점에서
배낭을 내렸다. 멈춰서면 보인다 하였던가? 나뭇가지 사이로 번지는 봄기운을 마중하던 중, 연리목(連理木)을 발견했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맞닿은 채 오랜 세월이 지나 한 몸이 되었다.
산길을 걷다 두어번 연리목을 맞닥뜨린 적 있다. 상서로운 일이다. 된비알이 시작되면서 계단도 시작이다.
여느 산의 계단과 달리 계단마다 목침처럼 생겨먹은 반계단을 올려놓았다.
지친 걸음 그리고 숏다리?를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마당바위 갈림길에 이르러 아이젠을 꺼내 신발에 채웠다.
응달진 등로는 아직은 빙판길이다.
낙엽이 얼음을 덮고 있어 방심은 곧바로 사고를 부른다.
정상을 8백미터 앞둔 전망 좋은 바위벼랑에 올라 산자락을 내려다보니,
겨울과 봄의 팽팽한 기싸움이 한창이다.
막무가내로 파고드는 봄볕에 겨울은 기력이 쇠해가는 모습이다. 파랗던 하늘은 그새 가스가 엷게 번져 뿌옇다.
밧줄을 부여잡고 지친 몸뚱어리를 끌어 당겨 올려 놓으면 또 가파른 계단이,
계단을 다 올라섰나 싶으면 또다시 된비알이…거듭 나타난다.
그렇게 파김치가 되어 산봉에 올라서면 거대한 통신탑이 괴물처럼 다가선다. 잘 손질해 놓은 전망데크와 흉물스레 널브러져 있는 철조망이
공존하고 있는 곳, 용문산 정상(해발 1,157m)이다.
민간인 통제용 울타리가 쳐져 있어 흡사 전방 지오피 같다.
산 정상 표시석 앞은 ‘블랙야크 40명산 도전단’이란 글이 새겨진
모자를 쓴 산객들로 북새통이다.
아웃도어 ‘블랙야크’가 40주년을 맞아 40명산 도전 이벤트를 진행 중인데
용문산이 40명산에 포함되어 있어 도전단들이 대거 몰린 탓이다. 몇해 전 여름, 이곳에 올랐을 땐 비구름이 자욱했었다.
운무가 산하를 집어삼켰다가 토해내길 반복하던 그때와 달리
겨울 끝자락의 용문산은 시시각각 치고 올라오는
봄기운에 떠밀려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는 모습이다.
늘 그러하듯 아쉽다 느껴질 때 내려서야 한다.
몽환적 분위기에 빠져 자칫 내려설 타임을 놓치면
모두를 놓칠 수도 있다. 만고의 진리다.
급사면 빙판길, 발딛기가 오를 때 보다 더더욱 조심스럽다.
목책을 잡고 계단을 내려서는 순간, 엄지와 검지 사이의 살이
날카롭게 삐져나온 옹이에 걸려 찢어졌다.
선혈이 뚝뚝 떨어질 정도라 급히 스카프로 묶어 지혈한 후
휴대용 응급키트를 열어 소독하고 테이핑 했다.
덥다고 장갑을 벗어버린 게 결국은 화를 자초했다. 어느만치 내려서다 만난 갈림길에서 방향을 틀어 계곡길을 택했다.
응달진 계곡길 대부분 빙판이고 볕이 든 곳은 진흙탕이다.
고도를 한참 낮춘 후에야 길은 비로소 뽀송해졌다.
미끄럽고 질척거리는 산길을 쉬지않고 내려 왔는데도
계곡의 끝은 좀체 다가서질 않더니만…
숲사이로 언뜻 은행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용문사다.
가벼운 복장으로 용문사에 산책 나온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반팔 티셔츠 차림도 간간이 눈에 들어올 만큼
3월 9일 토요일 오후는 봄을 넘어 초하의 날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