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 중에 일찌감치 장사에 뛰어들어 서른살이 되기 전에 큰 돈을 번 녀석이 있다. 초창기 이동통신 관련 사업을 해서 대박을 터트려 남보다 빠르게 성공한 친구이다. 그런데 이 친구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가 궁금해서 다른 동창생 입을 통했더니 하루하루 일용직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인생 새옹지마(塞翁之馬)라더니 이 무슨 황당시츄에이션인지……. 하지만 그 친구가 달고 단 짧은 성공의 맛을 본 뒤 쓰디쓴 긴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진 이유를 들어보니 꽤나 설득력이 있다.
한마디로 녀석은 성공하는 그 시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흔히 어설프거나 섣부르게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한 후의 달콤한 유혹을 못이겨 그 동안의 성공을 위해 지불한 수업료를 몇 곱절이나 더 지불하게 된다. 지금의 성공이 앞으로도 그렇게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장미 빛 기대와 현재 성공에 도취된 안주감이 샴페인을 계속 터뜨리게 만들어 결국 자신을 성공이전보다 더 초라한 모습으로 남게 하는 것이다.

친구 녀석도 그랬다. 갑자기 눈덩이처럼 불어난 돈 벼락에 흠뻑 취해 만나는 사람마다 돈을 물 쓰듯 기분 내며 유흥까지 즐기다 밑천 거덜난 셈이다. 그렇다고 돈 있을 때 함께 흥겹게 있어줬던 사람들이 상황이 변한 지금 녀석 곁을 지켜줄까? 잘나가는 정승 집에 개가 죽어도 사람이 몰리지만 정승이 죽으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친구는 성공의 기쁨을 조금만 챙기면서 미래를 준비했어야 했다. 이동통신사업이라는 것도 삐삐에서 휴대폰으로 그리고 모바일 컨텐츠 사업으로 지속적으로 변화에 대응해야 지속적인 성공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반짝 장세의 성공은 ‘불안한 성공’이며 유지 하지 못하는 성공은 ‘위험한 성공’이다. 성공한 단꿈에 너무 젖어들지 않도록 하자. 일찍 성공했다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성공하는 시점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미래학자 피터드러커도 이야기한다. ‘성공하는 시점부터 문제가 생긴다’라고……. 조직 또한 외형적으로 커지고 사업이 잘 될수록 신경써야 할 것들, 챙겨야 할 것들이 많이 생긴다. 성공하는 시점에 더 나은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적절한 동기를 부여해야 성공템포를 유지할 수 있다. 정말 ‘굵고 짧게’가 아니라 ‘가늘고 길게’성공에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강의를 주업으로 한다. 내가 맡은 강의 부문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시점에서 매번 정신 차리지 않으면 도태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나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꾸준히 어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비단 고등학교 친구뿐 아니라 같은 일을 하는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마치 연예인처럼 또는 혜성처럼 나타나 성공한 후에 빠르게, 아니면 서서히 잊혀가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성공하고 싶어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은 극 소수이다. 하지만 그 성공을 유지하는 사람은 더욱 극 소수이다.

이렇게 진지모드로 이야기 하는 와중에 갑자기 TV개그 프로에서 했던 말이 생각 난다. 유머 있는 말이지만 뼈가 있고 지금까지 이야기를 대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너 그러다 한 방에 훅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