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나라 일본인들은 천성이 비관적이다.
정부는 물론 개인들도 매사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플랜을 짜는 경우가 많다.경제 전망도 마찬가지다.항상 어려운 상황을 가정해 준비한다.
일본이 1990년부터 시작된 10여년 이상의 장기 불황를 큰 어려움 없이 극복한 것도 평소 기업이나 개인들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자금을 확보하고 저축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한국인은 천성적으로 매우 낙관적이다.
대부분 철저한 사전 조사나 검증 없이 막연히 ‘잘 되겠지’라는 기대 아래 사업을 시작하거나 일에 착수하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1990년대 후반 닥쳐온 외환위기도 국내외 경제 현실에 대해 지나친 낙관론이 화근이 됐다.
물론 한국인의 낙관적 기질은 소비시장 활성화나 미래에 대한 자신감 등으로 작용해 불황기를 단축시키거나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요즘 일본내에서는 정부, 기업,가계 할 것 없이 세계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일본의 양대 경제 주간지인 다이아몬드와 도요게이자이는 3월 초 나란히 커버스토리로 ‘세계 연쇄 불황’ ‘세계공황’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로 인한 세계경제 불안이 일과성 사건이 아니라 적어도 1,2년 이상 가는 구조적 문제인 만큼 각 경제 주체들이 긴장해 본격적인 경기 악화를 준비하라고 촉구했다.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는 일본인 특유의 ‘사전 준비’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요게이자이는 1929년 세계 대공황,1974년 오일 쇼크,1990년 일본 버블(거품) 경제 붕괴 등 20세기에 일어났던 3차례의 공황과 현재 서브프라임 위기 사태를 분석해 공황 직전의 투자붐,기축 통화인 달러화의 신인도 급락,경제 성장의 급락 등 공통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각국 중앙은행들이 연대해 금융 완화 정책을 선제적으로 내놓고 있어 공황까지 가진 않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새해들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피해는 확산되고 있다.미국에서는 신용 경색 여파로 금융기관의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증시가 대폭락했다.
미국발 주가 폭락은 유럽,아시아 등 글로벌 증시 폭락 도미노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금융시장 한파는 실물 시장으로 번져 소비를 얼어붙게 만들어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통인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는 다이아몬드와의 인터뷰에서 “올 상반기에 미국 경기 침체가 바닥을 찍겠지만 향후 2년 정도 1%선의 저성장에 머물 것 이며,아시아 각국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회복이라는 국민의 기대를 안고 출범한 한국의 새 정부는 야심찬 출발을 했다.그렇지만 해외 경제 여건은 최근 10여년 만에 가장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신 정부가 연 6-7%의 높은 경제 성장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현실은 녹녹지 않다.자신감은 좋지만 냉엄한 글로벌 경제 현실을 직시해야 ‘해답’이 나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