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도요타자동차와 캐논이다.



90년대만 해도 일본회사 하면 소니를 떠올렸으나, 이제 소니의 시대는 가고 도요타와 캐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일본식 경영을 고집하면서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업계와 소비자 모두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있다.



도요타는 일본 기업을 상징하는 회사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십종의 도요타 관련 경영 서적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2004년 도요타는 판매 대수에서 미국 포드자동차를 제치고 세계 2위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했다. 도요타는 오는 2008년께 미국 GM을 제치고 세계 정상을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전진해 가고 있다.



이회사는 2003회계연도(2003년4월-2004년 3월말)에 일본 기업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순익 1조엔 시대를 열었다. 2004회계연도에도 순익이 1조2천억엔을 넘어서 3년 연속 사상 최고 이익 경신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



도요타자동차는 9일 전격적인 사장 교체 인사를 발표, 또한번 주목을 끌었다. 세계 정상의 자동차 업체를 목표로 젊은 임원을 대거 승진시켜 경영진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창업주인 도요타 쇼이치로 명예회장(79세)의 장남인 도요타 아키오전무(48세)를 부사장으로 임명, 차기 최고경영자로 만들려는 구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오너체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하이테크 업계를 대표하는 캐논 역시 화제가 되고있다.



캐논은 지난해 한해전 보다 25% 증가한 3천4백33억엔의 이익을 거둬 사상 처음으로 로 순익 3천억엔대를 돌파했다. 5년 연속 순익을 경신하는 대단한 기록이다.



도요타와 캐논이 주목받는 것은 실적때문만은 아니다.



잘 알려진 것 처럼 두 회사는 ‘종신고용’과 ‘연공서열’로 상징되는 일본식 경영의 전통을 철저하게 지켜가는 일본기업의 적자들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내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연공서열제는 손을 봤지만,종신고용제는 포기하지 않고있다.



두회사 최고 경영자들은 항상 ‘회사는 가족’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제조업체의 경쟁력은 사람에서 나온다면서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일할 의욕을 북돋아주고,회사에 충성하게 한다는 신조를 갖고있다.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사장은 사장 취임 이후 입버릇 처럼 “사업을 그만두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사람을 자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미타라이 사장이 일본 전통만을 고수하는 국수적인 경영자는 절대 아니다.미타라이 사장은 미국 현지법인 대표를 포함해 3년간을 미국에서 근무한 ‘미국통’경영인이다. 일본 기업가중 그만큼 미국식 경영의 장점을 잘 아는 사람도 드물다. 그런 그가 철저하게 종신고용을 지키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일본식 경영을 대표하는 도요타와 캐논의 성공은 한국 기업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구조 조정을 되풀이해왔다.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한 기업중 후유증을 앓고 있는 회사도 많다. 40대 중반을 넘기기 어려워지자 회사에 충성하기 보다는 기회만 되면, 다른 길을 찾으려는 이중생활자도 많다. 최근 한국 기업에서 내부 정보를 유출하거나 해외 기업으로 탈출하는 샐러리맨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은 사회적 비용도 크다. 가장이 직업을 잃으면 한 가정이 파괴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사회불안으로 연결된다.



한국기업이나 정부도 이젠 한국적 경영 모델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기업은 영속해야 한다. 한국에는 단기간의 실적뿐 아니라 10년, 1백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이 필요하다. 미국적 경영 방식의 장점을 수용하면서, 한국사회에 가장 잘 맞는 기업 모델을 만들 시기가 됐다.



서양 정신을 받아들이면서도 일본 고유 정신을 지켜가는 일본식 경영의 성공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