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앞으로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이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회복 속도는 더뎌 올해 우리 경제가 정상 궤도에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경기침체 속 물가 급등을 가리키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달보다 0.2%포인트 오른 2%를 기록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8월(2%) 후 가장 높았다.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율(BEI)도 지난 19일 2.31%를 기록해 2014년 1월 9일(2.31%) 후 가장 높았다.

공급 충격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공장·유전·광산 설비투자가 줄어든 데다 소매·서비스 업체들이 줄줄이 폐업했다. 올 들어 제품·원자재·서비스 공급이 차질을 빚는 배경이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중앙은행이 지난해 들어 시중에 돈을 대거 푼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주열 한은 총재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 충격과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퍼지면서 채권 금리는 뛰고 있다. 19일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73%로 지난해 1월 23일(연 1.731%) 후 가장 높았다. 미 금리 상승에 한국 시장금리도 덩달아 오르며 실물경제를 위협하는 변수로 부상했다.

반면 실물경제 회복세는 여전히 더디다. 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1월 99.5로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5월 이후 8개월 만의 하락세다. 올해 성장률은 3% 안팎을 기록하겠지만 지난해 -1.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정상궤도로 복귀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바뀌는 것은 로버트 루카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주장한 ‘합리적 기대가설’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가설은 사람들이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를 합리적으로 예측하는 만큼 확장적 통화정책의 실효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시중에 유동성을 대거 풀면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게 되고 근로자·기업은 임금·제품값을 올린다. 이로 인해 물가는 오르고 기업은 고용·생산량을 줄이면서 스태그플레이션 흐름은 굳어진다.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기업 직원들을 중심으로 임금인상 흐름이 이어지는 것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배경이 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