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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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햇살 좋은 날 골라 콧바람 좀 쐬고 올까?”
독하게 더웠던 여름이었던지라 가을이 더더욱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어르신의 ‘콜’에 “어디가 좋을까요?”
“기암과 폭포가 어우러진 주왕산도 둘러보고 싶고 수면에 비친 주산지의 단풍에 빠져들고도 싶고…”
경북 청송의 가을 풍경도 궁금하셨겠지만 그보다도 문득 고향이 그리우셨던게다. 날을 택하고 코스를 짰다. 주말을 피해 일요일 아침에 서울을 출발하는 걸로 2박 3일(10/30, 31, 11/1) 나들이를 준비했다. 첫날은 청송에서, 둘째날은 영주에서 묵기로 했다. 영주는 소생이 나고 자란 동네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고향 영주에서’
어르신 부부와 동행하는 여정인지라 잠자리도 꽤나 신경이 쓰였다. 꼼꼼하게 검색했다. 지어진지 얼마되지 않은 ‘영주호텔’을 낙점했다. 특실(14만원)과 일반실(7만원)을 예약했다. 선입금 50%를 요구하기에 즉시 11만원을 송금했다. 청송 숙소는 어르신께서 예약해 놓으셨다고 했다. 여행 플래너는 아니지만 나름 섬세하게 일정을 짰다. 이동하는 동안 유명 볼거리는 놓치지 않도록 했고 지역 맛집도 챙겨놓는 등 신경을 썼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던가. 생각지 못했던 암초를 만났다. 출발 엿새 전, 자고나니 두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옆지기 역시 마찬가지다.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유행성 결막염이라 했다. 전염성이 매우 높다며 가급적 대인 접촉을 삼가하라 했다. 눈알에 유리가루를 뿌려놓은 듯 통증도 심했다. 눈물도 쉼없이 새어 나왔다. 최소 2주 간은 지나야 가라앉을 것이라 했다. 여행 날짜가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이를 어쩌나? 이런 모습으로 나들이에 나설 순 없는 노릇이다. 어르신 내외분께 몹쓸 눈병이 옮겨가선 아니될 일, 더하여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숙소 역시… 부랴부랴 호텔 예약을 취소하고자 수화기를 들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예약을 취소하겠습니다”
“아, 그러니까 오늘이 숙박 예약 3일 전이군요”
“그렇네요”
“규정에 따라 3일 전 예약취소는 50% 환불입니다.”
그렇다면 11만원을 송금했으니 5만 5천원 환불?
“5천원을 환불해 드릴테니 계좌번호 남기세요”
“네에? 얼마라구요?”
“5천원이요”
그랬다. 선입 금액에 대한 50%가 아니라 총금액에 50%이니 돌려줄 돈이 5천원이란다.
백주에 날치기를 당한 느낌이 이럴까. 순간 머리가 띵했다. 어이없어 하자, 수화기 저 편에서 촌스럽다는 듯이, “호텔 이용 처음 해보세요?”라고 한다.
억울하시면 예정대로 이용하란다.
이럴땐 “환불규정 제대로 모르고 예약해 죄송하다”고 해야 촌스럽지 않은 건가? 참으로 입맛이 쓰다. 잠시잠깐 소심한 복수?를 떠올렸다. 5천원의 환불은 포기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리고선 “예약을 취소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당일(31일) 늦은 시간까지 호텔측으로부터 서너차례 전화가 걸려 왔다. “몇시쯤 체크인 할거냐”고… ㅎㅎ
어르신의 ‘콜’에 “어디가 좋을까요?”
“기암과 폭포가 어우러진 주왕산도 둘러보고 싶고 수면에 비친 주산지의 단풍에 빠져들고도 싶고…”
경북 청송의 가을 풍경도 궁금하셨겠지만 그보다도 문득 고향이 그리우셨던게다. 날을 택하고 코스를 짰다. 주말을 피해 일요일 아침에 서울을 출발하는 걸로 2박 3일(10/30, 31, 11/1) 나들이를 준비했다. 첫날은 청송에서, 둘째날은 영주에서 묵기로 했다. 영주는 소생이 나고 자란 동네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고향 영주에서’
어르신 부부와 동행하는 여정인지라 잠자리도 꽤나 신경이 쓰였다. 꼼꼼하게 검색했다. 지어진지 얼마되지 않은 ‘영주호텔’을 낙점했다. 특실(14만원)과 일반실(7만원)을 예약했다. 선입금 50%를 요구하기에 즉시 11만원을 송금했다. 청송 숙소는 어르신께서 예약해 놓으셨다고 했다. 여행 플래너는 아니지만 나름 섬세하게 일정을 짰다. 이동하는 동안 유명 볼거리는 놓치지 않도록 했고 지역 맛집도 챙겨놓는 등 신경을 썼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던가. 생각지 못했던 암초를 만났다. 출발 엿새 전, 자고나니 두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옆지기 역시 마찬가지다.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유행성 결막염이라 했다. 전염성이 매우 높다며 가급적 대인 접촉을 삼가하라 했다. 눈알에 유리가루를 뿌려놓은 듯 통증도 심했다. 눈물도 쉼없이 새어 나왔다. 최소 2주 간은 지나야 가라앉을 것이라 했다. 여행 날짜가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이를 어쩌나? 이런 모습으로 나들이에 나설 순 없는 노릇이다. 어르신 내외분께 몹쓸 눈병이 옮겨가선 아니될 일, 더하여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숙소 역시… 부랴부랴 호텔 예약을 취소하고자 수화기를 들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예약을 취소하겠습니다”
“아, 그러니까 오늘이 숙박 예약 3일 전이군요”
“그렇네요”
“규정에 따라 3일 전 예약취소는 50% 환불입니다.”
그렇다면 11만원을 송금했으니 5만 5천원 환불?
“5천원을 환불해 드릴테니 계좌번호 남기세요”
“네에? 얼마라구요?”
“5천원이요”
그랬다. 선입 금액에 대한 50%가 아니라 총금액에 50%이니 돌려줄 돈이 5천원이란다.
백주에 날치기를 당한 느낌이 이럴까. 순간 머리가 띵했다. 어이없어 하자, 수화기 저 편에서 촌스럽다는 듯이, “호텔 이용 처음 해보세요?”라고 한다.
억울하시면 예정대로 이용하란다.
이럴땐 “환불규정 제대로 모르고 예약해 죄송하다”고 해야 촌스럽지 않은 건가? 참으로 입맛이 쓰다. 잠시잠깐 소심한 복수?를 떠올렸다. 5천원의 환불은 포기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리고선 “예약을 취소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당일(31일) 늦은 시간까지 호텔측으로부터 서너차례 전화가 걸려 왔다. “몇시쯤 체크인 할거냐”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