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고객 떠나보내고 감정노동자 편에 서며  42년간 연속흑자 낸 회사의 CEO



비닐 팩으로 된 한우 꽃등심을 환불해달라는 고객을 보며 직원이 당황해 한다. 뜯어진 비닐팩 속에 반쯤 텅 빈 공간을 보니 이미 고객이 고기의 반을 다 먹어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떤 불편함이 있으셨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라고 미소를 유지하며 정중하게 묻자 고객이 당연한 듯 하는 대답은“고기가 육즙도 좋고 식감도 좋은데 갑자기 제 분수에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환불해주세요!” 우연히 본‘송곳’이라는 드라마의 내용이다.

20여년 넘게 고객서비스를 강조하면서 강의 및 컨설팅을 해온 필자지만, 지나친 갑질 고객이나 블랙컨슈머(기업 등을 상대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자 제품을 구매한 후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자)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스마일 마스크속의 감정노동자들은 가끔 막무가내 고객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감정노동을 감성행동으로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감정노동자들의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악화된 감정을 다른 사람, 즉 내부직원이나 외부고객들에게 풀어버리면서 감정의 악순환채널이 생기고 결국은 조직의 문화를 변질시키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윤창출이 목적인 회사이장에서는 치명적이다.



갑질 고객과 안녕을 선언하고 감정노동자 편에 선 감성CEO 허브켈러허



항공사가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배정해 주지 않았고 식사 서비스가 형편없었다는 등 사실이 아닌 항의를 끊임없이 하는 갑질고객이 있었다. 이 회사의 고객관리팀은 그 갑질고객의 메일을 처리하느라 귀한 시간들을 허비해야 했다. 근거 없는 계속된 항의에 문제의식을 느낀 고객관리팀은 그 갑질고객의 메일들을 모두 모아서 어떻게 응대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당시 최고경영자(CEO)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 CEO의 답변은 무척 간단하고 의외였다. “고객님이 그리울 겁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그렇다. 고객을 단호하게 떠나보낸 것이다. 그 메일을 쓴 CEO는 바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허브켈러허였다. 그는 고객서비스를 회사경영에서 무척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고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라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외부고객이 귀한 만큼 ‘내부고객’을 귀하게 여겼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고객을 잃고 말았지만, 이를 계기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직원들은 일부 갑질고객들의 과도한 서비스 요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됐다.또한 자신들이 회사에서 귀하게 대접받는 소중한 존재임을 새삼 느끼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내부 고객 만족에도 특별히 신경을 쓰며 상호신뢰의 조직문화를 만든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타 항공사가 난항인 상황에서도 지난 42년간 연속 흑자를 냈다.

뿐만 아니라 2015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 7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고객은 귀하다. 하지만 ‘송곳’같은 고객은 잘 가려서 달리 응대해야 하고, 외부 고객만큼 내부 고객도 귀함을 명심해야한다. 그래야 감정노동자들의 미소에 진심이 싹튼다.

-한국경제 기고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