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Fifty Shades of Grey>

모든 직장인들의 꿈을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대부분은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이 되는 꿈일 것이다.

지난해 조사 자료에 의하면 대졸 사무직 신입사원 1000명 가운데 7.4명 정도만 ‘기업의 별’인 임원이 되며, 입사 후 임원 승진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2년이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 상응하는 대접은 다르겠지만 최소한 임원이라는 타이틀은 자신의 노력에 대한 성취감은 물론 나름 인정을 받았다는 자부심을 누리기에 충분하다.



국내 5대 그룹에 속하는 50대 초반의 직장인이 아내와 함께 방문을 하였다. 회사에서의 직책은 부장이다.

심상(心相)을 공부하는 學人으로서 굳이 관상(觀相)에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한눈에 보이는 관형찰색(觀形察色)은 火氣가 솟아나는 얼굴에 피부가 곱지 못한 걸로 보아 최근 몇 년간 심기가 그리 편치 않았음을 알 수가 있다.

명국(命局)을 간추려 본다,

서울 남산에 홀로 앉아 있는 부장은 유독 자기자리(我) 만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문괘(門卦)는 흉(凶)은 아닌지라 스스로가 느끼는 자부심이 대단함을 알 수가 있으며, 저돌적인 성격은 마치 눈 양옆을 가린 체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競走馬)를 연상하게 한다.

아무리 뛰어난 경주마라 할지라도 달릴 장소가 없으면 그 쓸모가 없는 법…자신의 삶의 영역 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아쉽게도 나를 받쳐 줄 여타의 자리가 없다..

상담자가 그토록 바라는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한 사주(四柱)의 최소 덕목은 아름다운 명예자리이지만, 그 자리는 한구석 변지(邊地)에서 마치 폐차장 행을 기다리는 망가진 차와 같이 찌그러져 있다.

지나온 직장생할의 행적 또한 몇 번의 이직(移職)과 전직(轉職)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타고난 자리에 명예자리가 안정되지 않는 직장인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형태이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자신만의 직업의 세계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그에 걸 맞는 오행의 자리가 뒷 받침이 되어야 한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도 동네에서 공인중개사를 하는 이가 있고 비록 중학교만을 나왔어도 재래시장에서 김을 잘 구워 억대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이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적어도 국내 5대 그룹 기업의 이사라고 함은 자신의 타고난 명국에 있는 오행(五行)의 자리 중 다음의 세 자리는 갖추어줘야 한다.

제일 먼저는 명예자리(官)의 견고함이다. 내부적으로는 승진의 한계를 가늠할 자리이며 외부적으로 회사의 이미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리의 모양마저 좋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조직의 상하를 아우르고 이어주는 소통(疏通)의 자리이다. 소통이 주는 의미에는 교감(交感)과 재미라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교감은 곧 공감(共感)을 의미한다. 직장이란 다양한 인격체들이 모인 곳이기에 더욱 필요한 것이 바로 소통의 자리다.

마지막은 마중물의 자리이다. 누구나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자신이 지나온 길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래 직원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마중물마저 있다면 아마도 그 회사의 대표이사까지는 시간문제일 것이다.



상담자는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자리가 없다. 최소 두 개라도 있었으면 아마 필자에게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조직생활을 하는데 있어 직급 상승에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게 없다는 것은, 직장인으로서의 자신의 흐름에도 한계가 왔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중년의 부장은 분노를 하고 있다. 나름 정말로 열심히 했는데 정말로 억울하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에 연민(憐愍)이 느껴진다…

필자가 느끼는 연민은 아마도 나름 열심히 살아왔을 그 노력에 공감하는 의미일 것이다. 마음 한편으로는 자의건 타의건 막상 그 회사를 나왔을 때 지금의 마음가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는 가엾은 생각도 든다.

누구나 타고난 자리의 영역을 벗어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며 아울러 살아오는 과정에서 이미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만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상담 말미에 자신의 유일한 장점인 자신만의 타고난 자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앞으로의 흐름에 대한 방향도 언급을 하였다. 그래야만 새로운 인생 2모작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년의 부장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홀로 있는 남산에서 내려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