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알고 있다 - 불경기는 없다는 것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997년부터 1999년까지 한반도는 그야말로 경제적인 위기로 모든 국민이 힘들어 했다. IMF 구제금융을 지원받아 “현재”를 지탱하느라 구조조정과 실직자 증가, 금모으기 운동, 벤처신화의 붕괴 등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경제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필자도 그 당시에 첫 직장을 나왔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부자가 급증했다. 이 틈에 땅을 사고 건물을 사서 부자 되었다고 큰 소리 치는 사람들 많았고, 백화점이나 호텔은 부자들의 지갑으로 북적거렸다. 어려운 사람들은 금과 은을 내놓았지만, 금을 내주는 부자들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2007년부터 2008년, 미국으로부터 촉발된 경제 위기는 신경제자유주의이니 자유경제정책의 붕괴니 하면서 떠들었지만 미국 50%의 자산을 미국 국민 10%가 쥐고 있는 자본주의는 갈수록 부자들의 배를 채워주었다.
대기업 CEO들의 보수는 날이 갈수록 몇 배씩 뛰어 올랐다. 월급장이의 100배 1,000 배가 넘는 CEO도 나타났다. 그것의 타당성은 따져 볼 겨를도 없고 법칙도 없다.
그러나 한국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위기극복을 한 나라로 떠올라 불황을 모르는 이상한 나라로 소개되고 있었다. 그 후, 4~5년이 지나면서 자동차와 전자제품, 철강과 조선산업은 세계 최고를 놓칠세라 한류와 스포츠의 힘을 더해가며 한국은 승승장구해 왔다. 단, 정치는 제외하고.
그런 나라 한국이 다시 미국 발 경제쇼크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올 여름은 기나긴 장마와 태풍, 폭우로 인해 온 국민이 가슴을 쓸어안고 신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냉철한 현실 인식과 미래 전략이 필요하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세계는 돌아간다. 그 틈에 부자 되는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된다. 아마도 일주일 후면 주가가 엄청나게 오를 것이다. 그 반대일 수도 있지만.
1980년도 레스터 서로(Lester C. Thurow)가 쓴 책 “제로 섬 사회(Zero Sum Society)”는 자연의 법칙뿐만이 아니라 사회나 경제, 정치 모든 면에서 사회의 구성 요소는 변화가 없음을 간파해 주었다. 불경기 탓이 아니라 빈익빈 부익부의 확대가 더욱 중요한 불황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아마 오늘 저녁에도 호텔 주차장엔 자리가 없을 것이고, 백화점 명품 브랜드 앞에는 수십 명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부자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일부 나쁜 부자들이 있다는 것이며 일부 나쁜 정치인들과 나쁜 교수들이 이런 경제 불황을 이끌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환차이익과 환차 손해를 주도하는 세력이 있고 돈 놀음하고 이자놀이 하면서 쉽게 돈 버는 방법 중에 하나가 주기적으로 경제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전략이라는 점이다. 그런 속임수에 속지 않으려면 역시 국민이 강해야 한다.
역사로부터 배우고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다면 실수와 실패는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 부화뇌동하지 않을 수 있는 냉철함과 주도세력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냉정함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가식적인 유행을 거부하면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 집요한 편견이 더욱 절실한 위기이다.
국민이 책을 읽지 않고, 전철에서 휴대폰으로 게임만 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서점에는 발 디딜 틈이 없고, 복잡한 계단을 오르내리면서도 눈에서 책을 떼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위기의 역설(Paradoxical Crisis)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