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기업에서 수십 수백 명의 학생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대화를 한다. 같은 내용을 같은 말로 설명한다. 그들은 모두 같은 뜻으로 이해하고 받아 들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각자 서로 다른 느낌과 의미로 이해하고 해석한다. 왜 그럴까? 개개인의 성격과 감정, 성장 배경과 마음 상태, 수용 능력과 언어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지도층의 의사 소통 능력이 거론되고 있다. 배움이나 연륜에서 뒤질 게 없는 어른들이 자신의 뜻을 전달할 줄 모르고 타인을 설득할 줄 몰라 고생하고 있다. 의사 소통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의사소통은 기술(Skills)이 아니다. 철학이며 신념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존재 이유가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사소통을 잘 하려면 다음 몇 가지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인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다.
여야는 물론 국내외 지도자들과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의 입장과 배경을 이해하고, 경륜과 가치관을 존중해야 한다. 과거 경력에 대한 정치적 편견을 버리고, 뒤바뀐 상대의 처지를 이해해야 한다. 겉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척해서는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인간으로써의 진실과 정성을 바탕으로 하여 의사 소통해야 한다. 자신의 능력만 믿고 고집을 부린다면 모두가 외면할 수 밖에 없다.
둘째, 신뢰와 협력이다.
임기가 지나고 정국이 변하면 언제든지 입장이 바뀔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조건과 주장은 뒤집어질 수 있다. 국가와 사회가 이대로 주저 앉기를 바라는 리더는 없을 것이다.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위해 모두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여론과 대중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리더들은 인간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상대방도 전략적으로 신뢰하고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셋째, 의사 소통의 기본은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귀(ear)로 듣는 것(hear)이 아니라 가슴(heart)으로 듣는 것이다. 듣기 싫어서 듣는 체 하면서 듣거나, 생각의 속도가 빨라 앞질러 가면서 듣는 것은 경청(傾聽)이 아니다. 진정한 마음으로 정성을 기울여 들어야 한다. 거리에 나온 여중생들의 말만 들을 게 아니라 축제를 즐기는 대학생들의 생각도 모아야 한다. 쇠고기만 이야기 할 게 아니라 닭고기와 관광객의 주장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직업 철학이며 가치관이다.
자기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한 국가의 지도자는 개인일 수 없다. 인기에 연연하거나 임기를 불안해 할 수 없다. 민족의 역사에 기록될 인물들이 개인적인 감정이나 독선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권력과 명예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발전을 위해 지금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되지도 않는 말을 제멋대로 떠들지 않아야 한다. 의미 있는 언어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깊이 있는 생각과 모두를 끌어 안을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추는 것이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다.
천년 동안 멈추지 않는 당파싸움에 국민들은 광우병이나 조류독감보다 무서운 “불신의 병”에 전염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