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정말 지겨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회사는 화려한 도시 중심에 멀쩡하게 자리잡고 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나 사장도 나무랄 게 없다. 다만, 바로 위에 모시고 있는 부장 때문에 늘 고민이다. 지나치게 깐깐하고 쓸데없이 많은 일을 시키기 때문에 이직을 생각하며 슬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인문학을 전공한 것과는 다르게 엉뚱한 디자인 업무를 하면서 마음고생을 하는 그녀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사직서를 쓰지만 제출하지 못하고 퇴근시간에는 어린이 집으로 달려가 하루 종일 떨어져 지낸 3살 난 딸을 데리고 집으로 간다.”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가 있다. 너무 생활이 궁핍하여 돈을 벌어야 할 때,

오라는 곳이 없어 마지못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눈치를 보아야 할 때, 맡고 싶지 않은 일을 맡아 시간 내에 해결하여야 할 때, 마주 앉아 있고 싶지 않는 상사와 함께 고객을 만나러 가야 할 때, 밥맛 없는 직원에게 일을 시켜야 할 때, 이 모든 상황을 금방 벗어 날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별다른 대책은 있을 수 없다.



뾰족한 수(Magic Formula)는 없다. 뭔가 죽여 주는 비법(Killer Application)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부딪히는 거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 갈 때는 잔머리 굴리지 않고 정면으로 대결해야 한다. 그게 가장 빠른 길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여러 모로 궁리하고 묘법을 찾고,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지만, 정말 헤쳐나갈 길이 보이지 않으면 아무 생각 없이 부딪혀 보는 거다. 고객과 싸워야 할 때도 있고, 밤 새워 토론을 해야 할 때도 있고, 돈을 빌려 달라고 애걸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죽어도 하고 싶지 않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때도 있고, 잘못한 실수를 있는 그대로 설명하며 이실직고(以實直告)하는 게 편할 수도 있다.





처음에 그런 상황에서 많이 고민하고 커다란 고통을 느끼지만, 막상 대결하여 문제를 풀다 보면 별거 아니란 점을 느끼게 된다. 두려움에 떨려 망설이며 꺼낸 하소연에 상대방은 의외로 가볍게 생각하며 도와 주기도 한다.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는가에 따라 고객의 마음을 쉽게 열 수 있으며,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의지를 알아 챈 상대방은 의외로 약하게 나올 수도 있다. 문제는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로 보라는 점이다.





아무리 상사가 귀찮고 골치 아픈 존재라 하더라도 당장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마주쳐야 할 상대라면, 인격이나 품성을 생각하지 않고, 담담하게 대하는 거다. 세상은 본래 다양한 성격과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므로, 자기만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일과 관련되어 만나는 사람인 이상, 다른 감정 오고 갈 필요가 없다. 다만, 주어진 일을 철저히 하도록 노력하면서,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더욱 치밀하게 준비하면서, 시간과 내용을 명확히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먼 훗날, “그건, 연습이었다.” 말 할 수 있다.





해야 하는 일이 아무리 어렵고 귀찮은 일이라도



“죽는 일보다야 어렵겠는가?” 라고



생각하면서 온몸으로 부딪혀 해 보는 거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의 문제라면, 더욱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밤새워 해 보는 거다. 눈이 뻘겋게 충혈되고, 허리가 뻐근하여 일어 설 수 없을 정도로 고된 일을 하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이해하며 해 내는 결과에는 보람이 따르기 마련이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해 본다는 시험정신으로 자기를 테스트해보는 거다. 어렵고 힘든 고비를 넘겼을 때의 뿌듯함은 그걸 미루고 망설이며 하지 않았을 때의 부담보다 훨씬 커다란 기쁨을 가져다 준다. 쉽고 재미있고 간단한 즐거움에서 느끼는 쾌락보다는 어렵고 힘들고 지겨운 일을 해 냈을 때의 기쁨과 보람이 훨씬 커다란 희열을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인간 욕구의 최 상위 단계는 식욕이나 성욕이 아니라 자아실현의 욕구인 것이다.





힘든 현실을 극복하고 나서 몇 년이 흐른 뒤에, 올림픽 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고 돌아 오는 선수들처럼, 몇 번의 실패를 겪고 성공한 사업가와 갑부 대열에 합류한 그들처럼, 말하리라.





“그 때, 그건 연습이었다. 이제 시작이다. ”



“그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제 시작인 걸요.”



“그거요? 벌써 잊은 지 오랩니다. 이제 시작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