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 이야기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걸레인가?
그렇다면 행주는 아무리 더러워도 행주인가?
나는 오늘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명분으로 말한다면 맞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이름이 그렇지 않은가
걸레 그리고 행주
이 둘은 가까이 할 수 없는 반대의 개념을 가진 물건이다

그러나 한번 더 곰곰 생각해보자
이 둘은 같은 운명을 가지며 같은 일을 한다
(요즘은 상품으로도 사지만) 행주나 걸레는 모두 못 입게 된 옷으로 만든다
걸레나 행주나 출신은 마찬가지이다
주인이 더 이상 의복으로는 용도가 없어서 용도폐기하고
더러운 것을 딱으라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한 것이다

행주는 주로 부엌의 식기를 닦는 데 쓰고
걸레는 집안의 더러운 바닥을 닦는다
더러운 것을 닦는 것은 매일반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걸레와 행주를 큰 차이로 인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식기는 먹는 것이라서 더 청결해야 하고 그러니까 행주도 깨끗할 것이라는 관념일까?
생김새가 걸레는 검으티티하고 늘 찬밥신세인데 행주는 하얗고 깨끗해 보여서인가?
행주와 걸레는 차별화 하여 걸레가 행주로 변신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인가?

인식이야 어떻든 실제로는 다를 수 있다
깨끗하게 빨고 락스로 소독을 하고 뽀송뽀송 건조시킨 걸레와
한번 대충 닦고 더러운 채로 대충 빨아 덜 건조시킨 행주
이 둘을 현미경으로 보면 엄청 차이가 나도록 행주가 더러울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행주는 깨끗하고 걸레는 더럽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더러운 행주도 많고 아주 깨끗한 걸레도 많을 것이다
어떻게 깨끗하게 관리하느냐 하는 문제는 도외시하고 명분으로만 실제를 치부하는 결과가 된다
걸레이니까 더러울꺼야
더러운 것을 딱으니까 더러울꺼야
행주니까 깨끗할꺼야
깨끗한 그릇들을 닦으니까 깨끗할꺼야

이 걸레와 행주를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대시키면 아주 재미있을 것이다
쟤는 예쁘니까 착할꺼야
쟤는 못생겼으니까 안 착할꺼야
저 선생은 학력이 훌륭하니까 잘 가르칠꺼야
저 사람은 아주 다정다감하니까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참 잘해줄꺼야

사실 그럴까?
안 그렇다
다를 수 있다
별개의 문제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명분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명분을 다 믿지 말자
애인이라고 다 달콤할까?
그렇게 믿다가는 가슴 아플 날들이 많을 것이다
걸레라고 다 더러울 것이라 생각하지 말자
행주라고 다 깨끗하다고 생각하지도 말자

더군다나 더 중요한 일은
걸레라고 대충 빨고 대충 대하고 대충 생각하지 말자
걸레가 더러운 이유는 단 하나
당신이 깨끗하게 빨지 않아서일뿐이다

당신의 행동 하나가 어떤 사람을
걸레도 만들고 행주도 만든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원래 걸레는 없다
원래 행주는 없다




넌 나에게 늘 행주였고

난 너에게 늘 걸레였다면

누구 책임이고 누가 더 깨끗할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