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의 마음
옹기마을을 갔는데
별별 옹기가 다 있었어
한참을 다니는데
길 가에 그냥 길가에
나무토막 위에
어머나 글쎄 이런 옹기가 있는거야



가만히 들여다 보니
꽃을 두어개 띄우고
풀잎도 띄우고
빠알간 동백을 꽂아놓은거 있지


근데 그 동백을 꽂게 만든 장치가 기가 막힌거야
저 옹기는 언저리는 낮고 헤벌쩍 해서
꽃을 꽂아놓을 수가 없어
그래서 도공은 기가 막힌 머리를 쓴거야
항아리 손잡이 같은 장치를 옹기 안쪽벽에 만든거지
거기에 꽃을 꽂게 만든거야



옹기는 사용자의 편리와 용도에 따라 도공이 만드는게 보통인데
이 옹기는 거꾸로인 셈이야
도공의 마음속 예술가치에 따라 사용자가 따라가게 되어 있어
이 옹기의 특성은 여백의 미를 최대한 누린다는거지
딱 꽃 한 송이 꽂게 꽂이틈을 한곳만 만들었거든
나머지는 물을 붓고 저 옹기처럼
꽃잎도 띄우고 풀도 띄우고
기다림도 띄우고 편지도 띄우고 뭐 자기 나름대로
적당히 물에 띄우는거지



이 옹기를 보고 감탄을 하면서
이 옹기를 만든 도공을 만나
술한잔 하면서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었어
정말 오랜만에 마음이 포근해지는 옹기였어
생각하라 저 옹기를 만든 그 도공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