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 소통 즐거움…'친해지고·정보 얻고·조언 주고'
"결혼은 했어?"…추신수가 후배들에게 말 거는 이유
미국프로야구에서 20년을 뛰고 한국에 돌아온 추신수(39·SSG 랜더스)는 동료와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낀다.

추신수는 20일 창원NC파크에서 "한국에 와서 제일 좋은 것은 한국말로 선수들과 마음 깊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언제든지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부산고를 졸업한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하며 미국으로 건너가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설움도 겪었지만, 점차 빅리그에 정착하며 '추추 트레인' 애칭까지 얻은 그는 2013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1억3천만달러에 계약, 대박을 터트리는 등 성공 가도를 달렸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베테랑으로서 존경을 받기도 했지만, 추신수는 아무래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에 동료들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느꼈다.

"결혼은 했어?"…추신수가 후배들에게 말 거는 이유
지난달 SSG와 계약하고 KBO리그에서 새 출발을 선언한 추신수는 자가격리를 거쳐 한국 프로야구에 적응하느라 살이 많이 빠지기도 했지만 "모든 게 제가 해오던 것과 달라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개의치 않았다.

추신수가 선수들과 대화하는 장면은 자주 목격된다.

추신수는 "연습경기 중에는 투수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제가 배워야 하는 입장이니 '저 선수는 정규시즌 엔트리에 들어갈 선수인지', '작년에는 어땠는지' 등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경기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동료들의 개인 정보도 물어본다.

추신수는 "동료 선수들과 서로 알아가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결혼은 했는지',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물어보는 편"이라고 밝혔다.

동료라고 해도 거의 추신수의 후배들이다.

추신수는 입단하자마자 김강민과 함께 SSG의 최고참 선수가 됐다.

추신수가 이처럼 후배들과 대화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한국 문화에서는 선후배 사이 예의가 심하지 않나"라며 "저도 그랬는데, 미국에서 와 보니 더 엄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들이 저에게 말 한마디 하는 게 힘들어 보이는 것 같아서 제가 먼저 다가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후배들과 말을 트고 나면, 추신수는 자연스럽게 조언을 건넨다.

추신수는 "선수들이 착하다고 해야 하나, 자신감이 떨어져 있더라"라며 "굳이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하면서 자신감을 떨어트리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이어 "아무리 잘 치는 타자도 10번 중 7번은 아웃이 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스트레스받지 말자고 말해주고 있다"며 "저도 이렇게 생각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