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번복도 고려…검찰 '제식구 감싸기' 비판도
기소 의견 단 2표 불과…공정성 시비는 비껴갈 듯
모해위증 '무혐의 유지' 판단 근거는…물증 부족
대검찰청 부장(검사장급)·고검장들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도 19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불기소 판단을 유지하면서 그 배경이 관심을 끈다.

◇ 출정기록·재소자 주장 외 뚜렷한 물증 부족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대검청사에서 열린 대검부장·고검장 확대회의에는 허정수 감찰3과장과 한명숙 수사팀 검사들,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등이 참석해 각자 입장을 개진하며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과장은 앞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주임 검사다.

임 연구관은 이달 초 허 과장이 주임검사를 맡기 전까지 사건 조사와 처리를 주도한 뒤 대검 수뇌부에 기소 의견을 보고했다.

대검 부장·고검장들은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으나 표결에서는 불기소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불기소로 결론이 난 데는 '뚜렷한 증거 부족'이 주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소자들의 진술이나 출정기록을 제외하면 모해위증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증거 부족은 허 과장이 지난 5일 모해위증 혐의에 무혐의 처분을 할 때 제시한 사유이기도 하다.

모해위증 '무혐의 유지' 판단 근거는…물증 부족
◇ 진정 내용도 '교사'보다는 '압박'에 가까워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한명숙 수사팀이 2011년 한 전 총리 재판에서 재소자들에게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다"는 허위 증언을 사주했다는 진정이 지난해 4월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하지만 당시 법정 증언을 한 재소자 A씨가 낸 진정서에는 명시적으로 '모해위증교사'로 해석할 수 있는 표현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압박을 받았고 조서가 날조됐다는 표현 등이 주로 담겼다는 것이다.

이런 점은 앞서 대검이 모해위증 의혹을 무혐의 처분하는 주된 근거가 됐다.

A씨가 진정서를 낸 뒤 진정을 번복한 점도 증거 부족이라는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누군가를 모함할 목적으로 거짓 증언을 할 때 성립하는 모해위증 혐의가 일반적인 위증보다 입증이 까다롭다는 점에서 불기소 처분은 예견됐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대검 부장회의에 고검장들을 참여시킨 것이 불기소 결론을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검찰 수뇌부가 외부에서 제기되는 의혹을 차단함으로써 '제식구 감싸기'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날 표결에 참여한 14명의 참석자 중 단 2명만 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번 확대회의를 둘러싼 '공정성' 시비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