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갱신하러 귀국했다가 결국 구금…"5년간 가족 못 만나"
부모와 분리된 자녀들, 보육원 시설에 수용되기도
"중국이 갈라놓은 신장위구르 가족, 전 세계에 수천명"
"아빠 보러 갈 수 없어요.

여권을 빼앗겼어요.

"
신장(新疆)위구르 카슈가르의 할머니 집에서 지내는 10살 소녀 무흘리스는 해외에 있는 아빠 마무탄 압두레힘를 보고 싶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슬람학 박사 과정 중이었던 아빠를 따라 말레이시아에서 온 가족과 함께 살았던 무흘리스는 2015년 엄마, 남동생과 비자를 갱신하러 신장으로 돌아왔다가 꼼짝없이 발이 묶였다.

엄마마저 당국에 끌려간 후 무할리스는 수년간 부모와 떨어져 살고 있다.

중국에 붙잡힐 것을 우려해 호주로 거처를 옮긴 압두레힘은 "가족과 마지막으로 함께 한 게 5년 전"이라면서 "중국이 우리 민족과 종교를 벌하고 있다.

우리가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냐"며 울먹였다.

중국이 신장 무슬림 위구르족을 탄압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최근 이어지는 가운데, 압두레힘의 가족처럼 생이별을 겪고 있는 위구르 가족들이 수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미 CNN 방송이 19일 보도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전날 보고서를 발표해 이같이 밝히면서 중국 내 무슬림 소수민족이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대량 감금, 세뇌, 불임 등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앰네스티의 알칸 아카드 중국 연구원은 부모와 자녀의 분리가 모두 우연은 아니며, 일부의 경우 당국이 고의로 떼어놓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위구르족을 해외로 밀어내 인구를 조절하고 싶어한다"라면서 "그래야 가족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갈라놓은 신장위구르 가족, 전 세계에 수천명"
신장 지역 내에서도 부모와 자녀가 분리돼 1∼2달에 한 번 겨우 만나는 경우 역시 있다.

압두레힘의 아내 무헤렘은 2017년 4월 갑작스레 중국 당국의 수용 시설로 끌려간 후 아이들과 몇 달에 한 번씩만 볼 수 있게 됐다.

이 당시 아내와의 연락이 돌연 끊겼다던 압두레힘은 "아내가 구금됐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전했다.

무흘리스는 "엄마를 자주 못 본다"면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한두 달 전"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런 구금에 대해 "무슬림이 이슬람 극단주의로 치닫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일 뿐"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무흘리스는 "여기엔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어요.

엄마·아빠와 다시 만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해외에 있는 부모를 만나기 위한 위구르족 자녀들의 시도도 당국의 벽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한다.

또 다른 위구르족 미흐리반 카더는 여섯째 아이를 가졌다가 불임 수술을 강요받자 2016년 남편 맘티닌 아블리킴과 상의해 온 가족을 데리고 이탈리아로 도망치기로 했다.

그러나 부부는 가장 어린 자녀 한 명만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여행사가 나머지 자녀들에 대한 이탈리아 여행 비자 발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부부는 재회를 기약하며 자녀들을 조부모에게 맡기고 떠났다가, 중국 당국의 통제로 연락조차 어려워져 4년 가까이 자녀들의 거주지조차 알지 못하고 지내야 했다.

이후 신장에 남겨진 자녀들은 이탈리아행 비자를 받기 위해 상하이의 이탈리아 영사관을 찾았지만 중국 보안 요원에 저지당했고, 국가가 운영하는 보육원 시설로 넘겨졌다.

"중국이 갈라놓은 신장위구르 가족, 전 세계에 수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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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의 한 싱크탱크는 이처럼 신장에서 부모와 떨어져 국가가 운영하는 학교로 수용된 아이들이 2017년 5만 명에서 2019년 8만8천500명으로 76.9% 증가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부모로부터 자녀를 떼어놓는 행위는 1948년 발효된 유엔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협약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비상식적"이라며 신장에서 집단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압두레힘은 자신의 자녀뿐만 아니라 위구르족의 모든 자녀 세대가 중국의 통제하에서 살아야 한다며 "보육원에 있는 위구르족 아이들은 세뇌되고 있으며 자신들의 뿌리인 문화, 언어, 종교에 대해 잊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