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밤은 낭만적이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설레고, 특별한 일이 생기길 소망하게 된다. 마음 같아선 공기 맑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 매화 향기를 즐기며, 쏟아지는 별빛 속에서 기지개를 켜고 싶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하늘을 가리고, 코로나19가 발목을 잡는 게 현실이다. 대신 책을 통해 봄밤의 별을 떠올리며 서운함을 달래보자.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문학동네)는 천문학자에 대한 일반 독자들의 낭만적 이미지를 깨는 책이다. 저자인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2019년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세계의 천문학자’로 선정했다. 그는 “할리우드의 SF 영화 속 스릴 넘치는 천문학자는 없다”고 단언한다. 행성 관측 자료는 컴퓨터로 전송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로 데이터와 씨름한다는 것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비정규직 행성과학자로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에 대한 편견도 지적한다. “우주인이 고산에서 이소연으로 교체된 사건은 남자의 자리를 여자가 대신한다는 충격으로 퍼져 나갔다”며 “이소연이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가라는 점은 무시됐다”고 꼬집는다.

《50,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메이트북스)은 중장년층을 위해 쓴 우주 이야기다. 국내 최초의 천문 잡지인 ‘월간 천문’ 발행인이자 강화도에서 개인 관측소 ‘원두막 천문대’를 운영 중인 이광식 작가가 책을 썼다. 그는 “50세는 우주를 알기 딱 좋은 나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의 50대는 자녀가 있다면 대학에 갈 나이, 자식 뒷바라지에 큰돈이 들어갈 나이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은퇴를 대비하며 뭔가 허전함을 느끼는 시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시대의 쉰 살은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볼 새가 없이 앞만 보며 살기 바쁘다”며 “삶이 버겁고 지칠 때마다 우주를 보면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주의 탄생부터 종말까지 다양한 별과 우주 이야기를 펼치며 프리드리히 베셀, 헨리에타 레빗 등 일반 독자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천문학계에선 유명한 학자들의 업적도 설명한다.

《별 이야기》(현암사)는 문화천문학자인 앤서니 애브니 미국 콜게이트대 천문학·인류학 교수가 별자리를 통해 세계 여러 지역의 문화와 종교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별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모아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하고 인간의 삶을 통찰한다. 별자리가 대표적이다. 오늘날 국제천문연맹은 서양 별자리를 기준으로 표준 별자리 88개를 정했다. 그러나 세계의 문화가 서양을 기준으로 재편되기 전, 각 문화는 자신만의 별자리를 지니고 있었다. 오리온자리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사냥꾼 오리온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호주에선 이 별자리를 삼형제가 카누를 타며 물고기를 잡는 모습이라고 봤다. 알래스카 원주민들은 수많은 별로 이뤄진 거인이 사람들을 지켜본다고 생각했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땅을 낚아올린 낚싯바늘이 하와이의 하늘 위 별자리로 남았다고 여겼다.

저자는 “사람들은 별과 별을 이어 닮은 사물을 찾아내고 이야기를 붙여 하늘이라는 책에 각주를 달았다”며 “각주에는 해석한 이들의 관점이 반영되게 마련인 만큼 별자리 설화에도 인간의 문화가 녹아들어 있다”고 말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