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공무원 부동산 투기 특별조사단장 인식 한계 드러내

[기자수첩] "가만있으면 시는 뭐 하고 있느냐고 하실 것 아니냐"
"가만히 있으면 시민들이 시는 뭐 하고 있느냐고 하실 것 아니냐"
세종시가 18일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내 공무원 투기 행위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조사 책임자가 비보도를 전제로 이같이 얘기해 이번 사태를 보는 공직사회의 여전히 안이한 인식 한계를 드러냈다.

그는 시종일관 "권한이 없어 투기 여부를 저희가 판단할 수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사태와 관련해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지만, 막상 일선 공직 사회 분위기와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어서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시는 이날 소속 공무원 전원 2천601명을 대상으로 스마트 산단 내 토지 거래 여부를 조사했지만, 자진 신고한 공무직 1명을 제외하고는 추가로 부동산 투기 거래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시는 산단 내에 보상을 노리고 지어진 것으로 의심되는 소위 '벌집'이라 불리는 조립식 건물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지난 11일 자체 조사에 들어갔지만, 산단 업무를 담당한 직원을 제외하고는 조사 대상을 본인으로만 제한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기자수첩] "가만있으면 시는 뭐 하고 있느냐고 하실 것 아니냐"
이에 대해 조사단장을 맡은 류임철 행정부시장은 "이번 1차 조사 결과로 봤을 때는 조사 대상을 공무원 가족까지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벌집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산단 인접 지역 야산 등에서도 토지 지분 쪼개기 등 부동산 투기 정황이 확인됐지만, 이 역시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류 부시장은 "산단 업무 담당자가 아니고는 산단이 어디로 정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인근 지역을 매입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공무원이 친인척이나 지인 등 차명으로 투자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권한이 없어 투기 여부를 저희가 판단할 수 없다"며 한계를 시인했다.

결국 '보여주기식 조사 아니었느냐'는 지적에 대해 "가만히 있으면 시민들이 시는 뭐 하고 있느냐고 하실 것 아니냐"며 말했다.

그가 백브리핑에서 '오프(비보도)'를 전제로 한 말이지만,이번 사태를 보는 공직사회 분위기와 인식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오프 전제는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에동의해야 가능한 것이다.

결국 시 '셀프 조사'로는 실체 규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명백해 진 만큼, 계좌 추적 등을 통한 공무원의 차명 거래를 강제 수사하고 종합적인 정부 합동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국민의힘 세종시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예상대로 자진 신고 말고는 조사로 밝혀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며 "이춘희 세종시장을 비롯해 시청 간부들의 부동산 투기 여부에 대해 전방위로 수사하고, 가족 명의의 토지 투기 행위 행위가 적발된 김원식·이태환 시의원도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