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포즈를 취한 패기 넘치는 모습의 이순재,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려 투병 중 방치 논란까지 불거진 윤정희의 앳된 얼굴과 밝은 미소, 국민배우로 불리는 최불암의 너털웃음을 사진으로 보는 것도 새롭다.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전시 '문선호 사진, 사람을 그리다'는 이들을 비롯해 성악가 조수미, 시인 구상, 건축가 김수근, 한국무용가 이매방, 배우 김지미,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등 180여 명의 인물사진을 선보인다.
휴머니즘을 담은 시선으로 한 시대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한 문선호(1923~1998) 작가의 작품이다.
사진 속 인물들은 주로 예술가이며 그중에서도 김기창, 박래현, 서세옥, 남관, 도상봉, 오지호, 유영국, 윤형근, 천경자, 하종현, 김종영, 전뢰진, 최만린 등 미술가가 특히 많다.
1970년대부터 꾸준히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사진 작업을 한 문선호는 원래 화가였다.
1944년 일본 가와바다 미술학교를 나와서 일제강점기 조선미술전람회에서 박수근, 장리석 등과 입선했다.
1950년대 중반 무렵 사진가로 진로를 바꾼 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사진 작업에 매진했다.
문선호의 인물사진은 대상들의 사적인 몸짓과 동작을 작품으로 끌고 들어온다.
감정과 상황을 섬세한 감각으로 포착한 사진은 그 인물을 깊이 들여다보고 이해하게 만든다.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은 그는 미술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미술인들과 우정을 나눴고, '한국현대미술대표작가 100인 선집'을 펴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문선호의 삶과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취지로 가나문화재단이 마련했다.
인물사진과 함께 순수 작업 20여 점, 도록, 작가가 생전에 사용했던 카메라 등도 전시된다.
4월 5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