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일자 곧바로 사의 표명…행사 준비 차질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위기에 처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대회 조직위원장(회장)이 여성 멸시 발언 논란 끝에 지난달 12일 사임한 지 한 달여 만에 전체 개·폐회식 총괄 책임자가 여성 외모를 모욕하는 언동을 한 사실이 알려진 뒤 물러나기로 해 행사 준비에 차질이 예상된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17일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폐회식 총괄책임자인 사사키 히로시(66)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여성 탤런트의 외모를 모욕한 일이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사키 디렉터는 패럴림픽을 담당하던 지난해 3월 일본 인기 탤런트인 와타나베 나오미(33)의 외모를 돼지로 비하하는 내용의 개회식 연출안을 메신저 '라인'(LINE)을 통해 담당 팀원들과 공유했다.

소속사 웹사이트를 통해 취미가 '먹는 일'이라고 소개된 와타나베의 신상을 보면 158㎝의 키에 체중은 107㎏으로 뚱뚱한 편이다.

일본인 아버지와 대만 출신 엄마를 둔 와타나베는 진행자, 배우, 가수로도 활약하는 개그우먼이다.

사사키 디렉터는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와타나베의 신체 특징에 착안해 영어로 돼지를 의미하는 '피그'(Pig)와 올림픽의 '핏구'(일본어 발음)를 연계해 그가 돼지로 분장해 익살스럽게 연기토록 하는 아이디어를 행사 연출 계획에 담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안은 팀원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폐기됐다.

사사키 디렉터는 슈칸분슌의 보도로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18일 새벽 "개회식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내 생각과 발언 내용에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는 취지의 사죄문을 내놓고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조직위 회장에게 사의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모리 전 회장이 여성 멸시 발언으로 사임한 상황에서 조직위는 올림픽 개막을 4개월여 앞두고 개·폐회식 총괄 책임자까지 교체하는 이례적인 사태를 맞게 됐다.

패럴림픽을 담당하던 사사키 디렉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올림픽 개·폐회식 행사가 대폭 축소되면서 작년 12월 기존 연출팀이 해산한 뒤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총괄하는 디렉터를 맡았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電通) 출신인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폐막식 때의 오륜기 인수 행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 캐릭터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마리오로 분장해 깜짝 등장토록 하는 연출을 이끌었다.

일본 언론은 하시모토 신임 조직위 회장이 도쿄 올림픽을 통해 '다양성과 조화'를 구체화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새롭게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불거진 이번 사태가 도쿄 올림픽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었다고 전했다.

앞서 모리 전 회장은 올 2월 3일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라고 한 발언이 성평등을 지향하는 올림픽 이념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 등 파문이 커지자 9일 만에 물러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