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는데 너무 커진 것 같아요.
작가님의 신데렐라가 될 수 있도록 작품 마무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웃음)"
2014년 임성한 작가 드라마 '압구정 백야'의 주인공 캐스팅이 최종 단계에서 불발되고, 이듬해 '불굴의 차여사'에서는 연기력 논란을 빚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하차한 뒤 긴 공백기를 가졌던 배우 이가령(본명 이수연·33)이 임 작가의 신데렐라가 되어 돌아왔다.
17일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난 이가령은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 라디오 DJ이자 판사현(성훈 분)의 배우자인 부혜령 역을 맡았다.
긴 공백기를 거쳐 드라마 주연이 된 그는 "이번 작품은 인생의 너무나 큰 행운"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처음에는 잘 몰라서 부담보다는 마냥 즐거웠어요.
무식해서 용감하다고 하잖아요.
(웃음) 저에게 이렇게 큰 역할을 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근데 뒤로 갈수록 부담감이 커지더라고요.
그래도 그동안 일에 대한 갈증이 너무 커서 현장에 가고,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고 좋아요.
(웃음)" 긴 공백기 동안 단역부터 광고, 홍보 영상 등 연기와 관련된 것들을 계속 놓지 않고 해왔다는 그는 임성한 작가가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이라고 고백했다.
"작가님께서 '압구정 백야'를 통해 저를 주연으로 캐스팅해 주셨는데 제가 못 해냈잖아요.
여태까지 작가님께서 캐스팅한 친구들은 다 역할을 해냈는데, 제가 그 선택에 스크래치를 냈다는 느낌이 들어 너무 죄송했어요.
어떤 작품에서라도 그때 작가님이 저를 주인공으로 꼽으셨던 게 틀리지 않았다는 걸 꼭 보여드리고 싶었죠."
자신이 원하는 건 꼭 해야 하는 부혜령의 거침없고 솔직한 성격 탓에 시청자들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는 그는 "나라도 송원처럼 착한 여자가 있다면 바람을 피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연기라도 혜령이가 욕을 먹는 게 꼭 내가 욕을 먹는 것처럼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웃어 보였다.
"저도 너무 사랑받고 싶어요.
(웃음) 혜령이가 나빠서 그렇게 말을 하는 애는 아니거든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솔직한 거죠. 개인적으로는 시즌 2에서 혜령이의 따뜻한 면을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는 부혜령의 스모키 화장에 대해 '연탄 메이크업'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글을 꼽았다.
"어떤 시청자분이 그렇게 말씀하신 뒤로 다들 '연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제 눈을 봤을 때도 너무 눈두덩이에 연탄을 바른 것 같아서 (웃음) 더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
이번 작품이 끝나면 임성한 작가에게 "'잘했어' 까지는 아니더라도 '수고했어'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이가령은 "시청자들에게도 '다음 작품을 또 해달라'는 칭찬을 듣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지금 당장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주어진 부혜령 역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배우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니까 선택하시는 분들께 '저걸 시켜봐도 될까?'라는 가능성이라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게 목표예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