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방뇨 막을 유일한 해결책" vs "불법시설물 지원 곤란"

충북 옥천의 포장마차 이용객을 위한 공중화장실 설치를 놓고 옥천군과 군의회 사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포장마차촌 악취 어쩌지" 옥천군·군의원 화장실 설치 갈등
주민 편익 차원에서 옥천읍 금구천변 포장마차촌 부근에 화장실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군의원한테서 나오지만 군은 불법시설을 묵인하는 꼴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벌써 여러 해 이어지는 신경전이지만 갈등을 풀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옥천군과 군의회에 따르면 금구천변에는 9개의 포장마차가 모여 있다.

옥천읍이 1990년대 초 환경정비 차원에서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던 포장마차를 이곳으로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취객들의 '집결장소'가 됐다.

옥천역, 시내버스 종점과 가까운 데다가 바로 옆에 오일장이 서는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점이다 보니 포장마차 업주들도 싫어하는 내색 없이 이곳에 터를 잡았다.

문제는 취객들의 노상방뇨로 인해 주변을 지날 때 코를 찌푸려야 할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는 것이다.

가까운 공중화장실까지 거리가 100여m 떨어져 있다 보니 늦은 밤 취객들이 포장마차 뒤쪽의 하천가에서 용변 보는 경우가 많다.

악취 문제가 불거지자 한 군의원은 2017년 화장실 설치를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옥천군은 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포장마차 주변에 화장실을 설치했다가는 불법 시설물을 오히려 군이 지원한다는 원성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군의원도 작년 초부터 화장실 설치를 옥천군에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포장마차촌 악취 어쩌지" 옥천군·군의원 화장실 설치 갈등
해당 의원은 "금구천변은 산책하는 주민, 포장마차를 이용하는 주민, 오일장 상인들로 인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며 "공중화장실 설치 요구가 수년째 이어지는 데도 옥천군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에도 옥천군은 요지부동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악취가 인근 상가 또는 인접한 다른 화장실을 이용하는 일반 주민, 오일장 상인들에게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다.

포장마차 바로 앞쪽에는 큰 건물이 있으나 건물주가 화장실 야간 개방에 긍정적이지 않다.

신규 설치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더욱이 공중화장실을 설치할 부지확보가 어렵고, 이동식 화장실도 미관이 좋지 않은 데다가 그 자체에서 발생하는 악취 문제가 있어 옥천군으로서는 군의원들을 만족시킬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군은 포장마차에서 70∼80m 떨어진 통합복지센터의 화장실을 24시간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군 관계자는 "포장마차 부근에 화장실을 만들 수는 없다"며 "동선이 상대적으로 멀어도 오일장 상인, 산책 주민, 포장마차 이용객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통합복지센터 화장실 개방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구천변 산책로를 이용하는 주민이나 포장마차 이용객이 다소 거리가 먼 통합복지센터 화장실을 손쉽게 갈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갈등 해소는 요원해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