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에선 홀로서기 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의 비키정, '황금빛 내 인생'의 노진희 등 강렬한 이미지로 안방극장을 찾았던 배우 전수경(55)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 이시은 역을 맡은 그는 첫사랑과 결혼해 30년간 가족만을 위해 살다 남편에게 버림받는 모습을 절절하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 15일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난 전수경은 "서구적인 외모로 인해 자유분방할 거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나쁜 역할로 이미지가 많이 소모돼왔다"며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굉장히 가정적이고 소녀다운 성격이라 시은이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그의 모습에서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늘어진 티셔츠, 색 바랜 야상을 입은 채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있던 이시은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뜩이나 썩 예쁘게 생긴 사람도 아닌데, 나이도 있으니까 배우로서 화장기 없이 방송에 나가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못생겼다', '입술이라도 바르지'하는 댓글을 보면 조금은 (화장을) 해야 했나 생각도 들었지만, 역할에 맞게 꾸미는 게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했죠." 그는 남편의 응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제 남편이 참 좋은 사람이에요.
'넌 화장 안 했을 때가 더 예쁘다'면서 용기를 줬어요.
드라마를 보면서는 박해륜(전노민 분) 더러 남자 중에 제일 진상이라고 얘기하면서 화도 많이 내줬고요.
(웃음)"
이번 작품에서 첫 드라마 주연을 맡은 전수경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분량이 많아서 너무너무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연은 완급조절을 제대로 하면 연기적인 부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많아서 배우로서 연기의 재미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또 50대 여자들이 드라마에서 자신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경우가 되게 드물어요.
여자 배우들은 이런 연기를 너무 하고 싶은데 기회가 참 없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다뤄주신 자체가 감사하죠."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통해 임성한 작가와 첫 작업을 했다는 그는 "사람을 꿰뚫어 보는 힘이 있으신 분"이라며 "지인 일부만 알고 있는 짠순이였던 과거의 내 모습, 아이들을 끔찍이 생각하는 부분 등이 시은이에게 녹여져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또 함께 호흡을 맞춘 전노민 배우에 대해서는 "세 번째 작품에서 만나게 됐다"며 "친화력이 좋은 배우라 같은 성을 가진 친구처럼 느껴져 쉽게 부부처럼 젖어 들 수 있었다.
또 극 중 상황이랑 똑같이 실제로도 동갑이고, 성향도 비슷해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30대, 40대, 50대에 이어 60대 부부까지 연령대별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시청자들에게 결혼이라는 제도와 부부생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전수경은 "결혼은 사랑이 아닌 약속"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일부일처제라는 제도가 있는 한 드라마에 나오는 일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의 유효기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에도 부부는 서로 선을 지키면서 살아야 원만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어요.
결혼이 인생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데,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게 참 안타까워요.
"
이미 촬영 중인 시즌 2에 대해서는 "좀 더 빠르게 몰아치는 전개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 아니 큰 소망이 있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시은이는 홀로서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르지만, 꼭 복수하지 않고도 멋진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내면에 단단함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해피엔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