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타는 與·野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 사진)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각각 기자간담회와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발언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목 타는 與·野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 사진)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각각 기자간담회와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발언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야가 공직 사회 부동산 투기 의혹 전반에 대한 특별검사에 전격 합의했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의 투기 의혹에 대해 별도 전수조사를 하고 관련 국정조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집값 급등에 대한 불만이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맞물리면서 전례 없는 부동산 투기 조사가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5월께로 시작이 예상되는 특검이 1년도 안 남은 대선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흘 만에 여야 전격 합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대상의 강력한 전수조사는 물론 특검과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한다”며 “이번 3월 (임시국회) 회기 중에 LH 특검법안이 본회의에서 즉시 처리되도록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나흘 전 야당에 특검을 먼저 제안한 민주당은 즉각 수용 의사를 밝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이) 특검 제안을 수용했고, 300명 국회의원 전원과 직계 존·비속,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와 직계 존·비속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주 원내대표의 국정조사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화답했다. 여야가 공직사회의 투기 의혹 전반에 대해 특검, 국회 차원의 전수조사, 국정조사를 동시에 추진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이번 특검은 정치권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가 특검과 국정조사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이다. 대개 야당이 여당을 상대로 압박하는 수단인 특검을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먼저 들고나온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4월 재·보궐 선거 이후로 시간을 벌려는 꼼수”라며 특검에 부정적이었던 야권이 돌아선 이유는 LH 투기 의혹에 따른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야당이 특검 수용을 주저하자 청와대와 여권이 “부동산 적폐 청산을 남은 임기의 핵심 과제로 삼겠다”(문재인 대통령)며 공세적으로 치고 나오는 상황도 부담이 됐다.

중앙정부·지자체·의회 전방위 수사

정치권은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시작된 공직자 투기 의혹 수사가 국회와 행정부, 지자체 등 전방위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가 특검법을 발의, 처리하는 과정에 수사 대상과 범위가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특검 수사 범위에 대해 “국회의원과 단체장, 지방의원 등으로 한다든지 전국의 공공 택지개발 지구를 한다든지 협의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집값과 땅값이 오른 지역을 대상으로 수사 범위를 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도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지역을 중심으로 수사하다 보면 누구는 들어가고 누군 빠지는데, 성역은 없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3기 신도시뿐 아니라 GTX, 가덕도신공항 등 각종 부동산 개발사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이 터져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도 “부동산 투기에서 국민의힘은 과거부터 전력이 화려하다”(홍익표 정책위 의장)고 했다.

특검 수사 결과가 내년 3월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법이 발의된 후 특검 수사팀을 구성하기까지 한 달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특검 수사는 4·7 재·보궐 선거를 지나 5월에나 본격화한다는 의미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수사에 개입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검 출범 준비와 수사 기간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4~5개월 후 특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각 당의 대선 경선 시기와 겹칠 가능성이 높아 수사 결과가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