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vs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국적은 다르지만 한국어가 주로 사용된 두 작품이 2년 연속 미국 영화 산업의 중심인 할리우드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적은 달라도…2년 연속 파란 일으킨 한국어 영화
◇ '외국어영화상'과 '작품상'…기준을 흔들다
'기생충'과 '미나리'는 골든글로브에서 차례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동시에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이 작품상 후보에는 오를 수 없도록 한 주최 측의 낡은 규정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미나리'는 미국 제작사가 만들고 미국 땅에서 미국인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이 참여한 미국 영화임에도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논란이 커졌다.

봉준호 감독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자막의 장벽,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고 한 촌철살인의 소감은 이후 두고두고 회자하며 어록으로 남았다.

봉 감독은 이후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뒤 "1인치 자막의 장벽은 이미 많이 허물어져 있었다"고 말했지만, 1년 만에 다시 한국어가 주로 나오는 미국 영화가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면서 논란은 재연됐다.

정이삭 감독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당시 '외국어' 논란을 넘어서는 '마음의 언어'를 이야기하며 수상 어록을 이어갔다.

그는 "'미나리'는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고, 그 가족은 그들만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그것은 어떤 미국의 언어나 외국어보다 심오하다.

그것은 마음의 언어다.

나도 그것을 배우고 물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든글로브를 주최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미나리'의 작품상 제외 논란은 물론, 회원 중 흑인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비판이 거세지자 인종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에 전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적은 달라도…2년 연속 파란 일으킨 한국어 영화
◇ 한국적 색깔 안에 녹여낸 보편성으로 공감대 얻어
두 작품은 한국과 한국인 고유의 문화와 정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만, 그 안에서 빈부격차와 안정된 삶에 대한 욕구라는 세계 공통의 화두를 건드리며 보편성을 확보했고, 국적을 가리지 않는 공감대를 만들어냈다.

'기생충'의 경우 반지하라는 한국만의 기이한 거주 공간과 계단으로 표현된 계급의 격차가, '미나리'의 경우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품고 이주한 수많은 한국인이 이식해 간 생활 모습과 미나리가 상징하는 새로운 땅에 심은 정착에의 의지와 희망, 가족애가 그렇다.

두 작품이 녹여낸 공통의 정서에 대한 공감대는 수상 행진으로 이어졌다.

'기생충'은 2019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에서 시작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과 영국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각본상, 미국배우조합(SAG) 앙상블상, 세자르 영화제 외국어영화상, 전미·LA·뉴욕·시카고 등 미국의 주요 비평가협회상,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외국어영화상·감독상에 이어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까지 파죽지세로 이어갔다.

'미나리'는 지난해 1월 미국 최고 독립영화 축제인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으로 출발했다.

미국영화연구소(AFI) 올해의 영화상과 전미비평가위원회 여우조연상, LA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 크리틱스 초이스 외국어영화상 등을 포함해 현재까지 90관왕을 기록하고 있다.

이 중 32개가 윤여정이 받은 여우조연상 등 연기상 트로피다.

'미나리'는 이후 열릴 영국아카데미시상식 6개 부문,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6개 부문, 미국배우조합상(SAG)·미국프로듀서조합상(PGA)·미국감독조합상(DGA) 후보에도 올라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개봉한 저예산 독립영화인 '미나리'는 수상 기록과 흥행에서는 조금 뒤처지지만, SAG 앙상블상으로 만족해야 했던 '기생충'이 못다 이룬 한국 배우 최초의 아카데미 연기상을 품에 안을지 기대를 높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