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지명·단독무대로 또 한걸음…보수적 그래미지만 다양성은 '시대적 흐름'
그래미 수상 문턱은 못넘었지만…BTS의 도전은 계속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 도전이 일단은 수상 문턱에서 멈춰섰다.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는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은 놓쳤다.

하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한국 대중음악은 물론 그래미 역사에 의미 있는 자취를 새겼다는 평가다.

방탄소년단의 도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로피 내주지 않은 레코딩 아카데미…후보지명 자체로도 성과
올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방탄소년단의 한국 대중가수 최초 후보 지명은 물론 최정상 팝스타들의 컬래버레이션 곡이 후보로 포진해 화제성이 높았다.

그래미 어워즈의 기본 취지는 음악의 작품성에 초점을 맞춰 수상자를 가리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 끝에 15일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선택을 받은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역시 음악적으로 호평받으며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힌 곡이다.

팬데믹 시대 밝은 디스코로 대중들을 위로한 '다이너마이트' 역시 수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주류 음악계의 전통적 집단인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에게는 '틀에서 벗어난' 선택을 요하는 후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는 백스트리트 보이즈(2019)와 조나스 브라더스(2020) 등 영미권 출신 보이그룹들도 수상에 실패한 바 있다.

이 부문이 2012년 신설된 이후 아시아권 가수가 후보에 오르기는 방탄소년단이 처음이었다.

인기와 주목도가 높은 팝 장르 분야에서 아시아권 가수가 후보로 지명된 것 역시 드물었다.

그래미 수상 문턱은 못넘었지만…BTS의 도전은 계속
그래미는 수상자뿐만 아니라 후보 선정 과정에서도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를 거친다.

후보 지명만으로도 동료 음악인들로부터 음악적 성과를 인정받는 것이다.

미국 주류 음악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하는 방탄소년단의 여정에서 이번 그래미 후보 지명은 그 자체로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후보에 올랐다는 것 자체도 미국 음악계의 인정"이라며 "이를 통한 소득과 성과는 유지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BTS, 세계적 팝그룹 성장…그래미도 외면 어려울 듯
최근 수년간 그래미는 시대 변화에 둔감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유색인종 아티스트와 힙합 등의 장르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신뢰도 하락에 시달렸다.

다양성을 확대하라는 압박이 계속되고 있고, 그래미도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의 인종·성별·장르를 다양화하는 등 어느 정도는 이에 부응하려 노력해왔다.

방탄소년단과 K팝의 영향력 역시 부쩍 커진 상황이다.

그래미가 최근 몇 년간 조금씩 방탄소년단에 손을 내민 것도 이들의 위상 변화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베스트 R&B 부문' 시상자로 초청했고, 지난해에는 합동 공연 출연자로 무대에 세웠다.

올해는 후보 지명과 더불어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에서 단독 무대도 펼치게 됐다.

이들의 그래미 단독 무대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또 하나의 중요한 순간으로 새겨질 전망이다.

그래미 수상 문턱은 못넘었지만…BTS의 도전은 계속
최근의 성과는 방탄소년단이 'K팝' 범주를 넘어 세계 최정상 팝 그룹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2020년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 1위, '글로벌 앨범 판매 차트' 1·2위를 휩쓸었다.

앞으로도 방탄소년단의 행보가 그래미는 물론 주류 팝 음악계의 다양성 확대를 이끌 동력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방탄소년단 슈가는 최근 그래미닷컴과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우리 말고도 좋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정말 많다.

전 세계적으로는 당연히 더 많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더욱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더 많은 뮤지션이 널리 알려지는 데 우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BTS 다음 행보는…'새로운 음악' 예고
그래미 이후 방탄소년단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멤버들은 지난해 11월 발매한 앨범 'BE'에서 창작자로서 성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진은 최근 USA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향후 계획에 대해 "정말 좋은 상황이 만들어져서 기회가 된다면 팬들과 함께 하는 콘서트를 우선적으로 하고 싶다"며 "멤버들 각자 곡을 만들고 있고, 단체로 하는 곡들에 대해서도 미팅을 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새로 나올 것들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그래미 수상 문턱은 못넘었지만…BTS의 도전은 계속
K팝 스타들을 비롯한 한국 음악계의 그래미 도전도 계속될 전망이다.

클래식 분야에서는 이미 그래미 수상자가 나와 한국 음악계의 역량을 보여줬다.

1993년 소프라노 조수미가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와 녹음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여인'이 그해 클래식 오페라 부문 '최고 음반상'에 선정됐다.

음반 엔지니어인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는 미국 작곡가 로버트 알드리지의 오페라 '엘머 갠트리'를 담은 음반으로 2012년 그래미 클래식 부문 '최고 기술상'을 받았다.

이어 2016년에는 찰스 브러피가 지휘하고 캔자스시티합창단과 피닉스합창단이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베스퍼스: 올 나이트 비질'로 '최우수 합창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