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세터 한선수 공백 훌륭히 메워 KB손보전 3-0 완승 견인
'산틸리 집중지도' 받은 황승빈 "대학 시절로 돌아간 느낌"
주전 세터가 없어도 끄떡없었다.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백업 세터 황승빈의 활약을 앞세워 1위를 굳게 지켰다.

대한항공은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0(25-17 25-17 25-21)으로 가볍게 눌렀다.

대한항공은 이날 승리로 2위 우리카드에 승점 6 차이로 앞서며 안정적인 선두를 유지했다.

양 팀 모두 변수가 많은 경기였다.

대한항공은 센터 진지위의 부상에 이어 주전 세터 한선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자가격리로 결장했다.

경기 전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은 "3주 전과 비교해 지금은 다른 팀"이라며 한선수의 빈자리를 아쉬워했다.

'봄 배구'를 위해 1승이 절실한 3위 KB손보는 소속 선수 확진으로 2주간 단체 운동을 하지 못해 경기 감각에서 우려를 낳았다.

실제로 KB손보는 한창때의 경기 감각, 리듬과는 거리가 있었다.

세터 황택의와의 호흡을 다시 맞추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반면 대한항공은 한선수의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제대 후 첫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은 황승빈이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쳐 보였다.

경기 후에 만난 황승빈은 "긴장이 많이 됐다"며 "(한)선수형이 빠진 상태에서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우승을 빨리 확정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긴장이 되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황승빈은 한선수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워냈다.

대한항공 팀 공격 성공률은 59.42%로 60%에 육박했다.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는 공격 성공률 62.06%를 찍었다.

정작 황승빈은 훈련 때만큼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훈련 때는 호흡이 괜찮았다.

리듬이나 토스 스피드, 높낮이도 잘 맞았다.

다양한 플레이를 해보려고 했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까 마음처럼 안됐다"며 "그래서 세트 플레이를 잘 만들기보다는 공격수들이 좋아하는 볼을 올려서 맡겨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땀 흘린 만큼 실전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아쉬워할 만큼 훈련 강도가 셌다.

평소에도 훈련량이 많기로 소문난 산틸리 감독은 휴식기 동안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 2주 동안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였다.

한선수를 대신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띤 황승빈이 주요 타깃이었다.

그는 특훈의 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대신 "대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며 웃었다.

그는 "산틸리 감독님이 준비하는 동안 기본적인 부분을 요구하셨다"며 "2단 토스할 때는 점프 토스하지 말라고 하시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체크해주셨다"고 말했다.

한선수는 15일 자가 격리가 끝난다.

16일부터는 팀 훈련에 합류할 수 있지만 경기 감각을 회복할 시간을 고려하면 당장 출전은 어렵다.

산틸리 감독도 "한선수가 2주간 공을 만지지 않았다.

러닝 훈련도 부족해서 코트에 복귀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승빈이 17일 수원 한국전력전에선 또다시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는 "한국전력전에서 다시 기회가 온다면 오늘 경기보다 다양한 세트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며 "준비 기간에 훈련했던 부분을 꼭 경기에서 플레이해보고 싶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