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지분 쪼개기·일부 공직자 투기 의혹 수면으로 부상
세종시 이전기관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 제도도 도마에
"세종은 부동산 투기 현장"…대대적 실태 조사 요구 봇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 대상이 전국적·전방위로 확대하는 가운데, 세종시에서 일어난 공직자들의 투기 실태를 대대적으로 파헤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한 청원인은 "세종시는 행정수도 일환으로 정부와 LH가 대대적으로 조성하는 계획도시인 동시에, 부동산 투기의 산 현장"이라며 세종시에 투기한 공무원과 LH 직원을 전수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보다 하루 앞서 올라온 청원 글은 "광명시흥 신도지 예정 지역에서 일어난 LH 직원들의 투기를 보면서 세종에서도 유사한 행태의 투기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조사단 파견을 요청했다.

"세종은 부동산 투기 현장"…대대적 실태 조사 요구 봇물
◇ 땅 투기 의혹에 시의원·시청 공무원 연루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전국에서 땅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세종은 토지 지분 쪼개기가 기승을 부렸다.

토지 지분 쪼개기는 특정 법인이 개발이 어려운 임야를 싼값에 매입한 뒤 수십 명 이상 공유 지분으로 나눠 비싸게 되파는 행위다.

지난달 세종시 조사 결과 시내 임야 가운데 20명 이상 공유지분으로 된 토지는 381필지로, 이 중 100명 이상 공유 지분 토지도 52필지나 됐다.

연서면 기룡리 한 야산의 경우 한 필지를 공유한 소유주가 770명에 달했다.

또 한 법인은 최근 3년 새 연서·전동·전의면 소재 수십 필지의 임야를 사들여 1천800여 건의 공유지분으로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회 의장과 의원이 부인·어머니 명의로 조치원읍 토지를 매입한 뒤 도로포장 예산을 편성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종은 부동산 투기 현장"…대대적 실태 조사 요구 봇물
국민의힘 세종시당과 세종지역 4개 시민단체는 지난 9일 감사원에 이와 관련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정의당 세종시당은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도시 개발이 진행 중인 세종시는 부동산 투기에 매우 적합한 지역"이라며 정부가 3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세종시도 조사 범위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또 세종시는 전날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지정 직전 부동산을 사들인 공무원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 공무원의 부지 매입 시기는 연서면 일대가 산단으로 지정되기 6개월 전인 2018년 2월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서면은 스마트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되기 전 토지 필지 거래 건수가 4배가량이나 급증했다.

지정 수개월 전부터는 대부분 인적이 없는 조립식 주택들이 들어서고, 농지에 묘목이 심어지는 등 투기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포착됐다.

세종시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직원은 "아파트 거래 규제가 강화하자 세종시 일대 중개업소 상당수가 토지 거래 중개로 눈을 돌리고 연서면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연서면은 산단 지정 직전부터 장군면, 금남면에 이어 돈이 될 땅이라는 분석과 정보가 나돌았다"고 전했다.

토지보상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종시는 공무원 투기 의혹의 지뢰밭"이라며 "공무원 투기를 발본색원하려면 세종에 조사·수사 역량을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은 부동산 투기 현장"…대대적 실태 조사 요구 봇물
◇ 공무원 투기 조장 논란으로 번진 이전기관 특공 제도
중앙행정·공공기관이 세종시로 대거 이전하면서 기관 종사자들의 주거난 해소와 보상 차원에서 마련된 '세종시 이전기관 특별공급' 제도가 공무원들의 아파트 투기를 조장했다는 여론도 비등하다.

세종시 이전기관 특별공급은 멀리서 이사를 해야 할 기관 직원들에게 낮은 경쟁률, 취득세 감면·면제, 이주 지원금 등의 혜택을 주면서 아파트를 공급한 제도다.

2010년 마련된 이 제도로 공무원들이 지난 10년간 세종시에 지어진 아파트 10만여채 가운데 약 2만5천채를 가져갔다.

특별공급은 일반분양보다 경쟁률이 대폭 낮을 뿐 아니라 제도 도입 당시에는 세종 이외 지역의 다주택자도 청약을 허용했다.

이사비 지원과 취득세 감면·면제, 특별공급 탈락 시 일반공급으로 재지원이 가능한 혜택도 있었다.

세종시는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44.9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지역으로 분양가는 시세 대비 수억원 낮아 '당첨만 되면 로또'로 통했다.

세 자릿수인 일반공급 청약 경쟁률과 달리, 공무원 특공 경쟁률은 한 자릿수로 한참 낮은데다 배정된 비율(40%)까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특혜 시비가 끊이질 않는다.

또 특공으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하루도 거주하지 않고 팔아 수억원의 차익을 남기거나 세를 놓는 공무원들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결국 2019년 5월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와 기관장 등의 정무직 공무원은 이듬해부터 특공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개선안이 발표됐다.

이후 2019년을 끝으로 이전기관 특공을 넣을 수 없는 공무원들이 대거 막차 특공 신청에 나섰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이춘희 세종시장 등의 정무직 고위 공무원들이 '이전기관 막차 특공'을 신청해 당첨됐다.

특히 이전기관 특공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아 전·월세를 주고 자신은 관사에 머무는 방식으로 재테크를 하는 고위 공직자들도 많았다.

관사를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인 고위 공직자들에게도 애초 제도의 취지와는 다르게 특별공급을 준 셈이다.

40대 무주택자인 직장인 이모 씨는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은 특혜와 불로소득, 투기의 결정판"이라며 "국민에게 투기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해놓고 정작 고위 공무원들은 특공 막차에 타고 관사를 통한 재테크하기에 바빴다"고 분노했다.

2016년에는 세종시로 이주하면서 특별공급 받은 아파트를 전매 금지 기간에 불법으로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긴 공무원 2천85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3기 신도시보다도 세종시가 공무원들 투기의 온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토지 투기와 분양권 특혜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