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김하성은 14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 7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에 볼넷 1개를 골랐다.

김하성은 수비에서는 착실히 점수를 쌓아가고 있지만, 타격에서는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날까지 5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친 김하성의 시범경기 타율은 0.111(18타수 2안타)까지 내려갔다.

지금까지 나온 안타 2개는 모두 단타였다.

여기에 내야안타 1개가 끼어 있다.

시원한 장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계약기간 4+1년에 최대 3천900만달러(약 424억3천만원)를 받는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

KBO리그에서 건너간 한국인 야수 가운데 최고 대우다.

적잖은 몸값을 고려하면 김하성은 시범경기에서 극도로 부진하지 않는 이상 메이저리그 개막전 26인 로스터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부진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김하성은 내년까지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이 없고, 샌디에이고 내야에서 김하성은 대체 불가능한 선수가 아니다.

여기에서 떠오르는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김현수다.

김현수는 2016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소속으로 시범경기에서 8경기째 만에 겨우 안타를 때려낼 정도로 혹독한 적응기를 보냈다.

김현수는 시범경기 타율이 0.178에 그쳤지만 볼티모어와 계약을 맺을 당시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보장받았기에 메이저리그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남아 시즌을 시작했다.

김현수 입장에서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었지만 이로 인해 일부 홈팬들은 김현수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개막전에서 팬들이 자신들의 응원하는 팀의 선수를 모독한 황당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자신의 입지를 실력으로 넓혀갔다.

김현수는 간간이 찾아오는 기회를 살려내면서 점차 타격감을 되찾았고, 결국 그해 시즌을 타율 0.302, 6홈런, 22타점으로 마쳤다.

KBO리그에서 '타격기계'로 불렸던 김현수의 미국 진출 첫해 부진을 떠올리면 김하성의 시련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인지도 모른다.

김현수가 긴 시행착오 끝에 이겨냈듯이 김하성에게도 지금 필요한 것은 결국은 시간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