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농부는 밭을, 게임사는 이용자를 탓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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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디아블로·워크래프트…
게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게임을 여럿 만든 블리자드는 누구나 선망하던 최고의 게임사 '였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2018년 11월 블리자드의 신작 발표회 '블리즈컨'은 대실망의 무대였다.
모두가 기대했던 디아블로 후속작은 나오지 않고 대신 모바일 버전 '디아블로 이모탈'이 등장하자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했다.
급기야 현장에 모인 팬들이 야유를 보냈고, 무대에 있던 개발자 와이어트 쳉은 "여러분은 폰도 없나요?(Do you guys not have phones?)"라는 발언을 했다.
얼어붙은 현장 분위기를 녹이려는 농담이었겠지만, 이미 발표에 한 번 실망한 팬들에게는 비아냥으로 다가왔고 팬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대폭발했다.
공교롭게도 이 무렵 블리자드의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해 전고점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앉았고, 복구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님'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듯, 가장 열렬한 팬이 한순간에 제일 뜨거운 안티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긴 셈이다.
국내에서도 판교에 줄줄이 서 있는 '트럭 시위'가 보여주듯 게임 이용자들의 의사 표현이 점점 더 직접적인 형태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은 주력 다중접속임무수행게임(MMORPG) 메이플스토리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 달성할 수 있는 일부 등급이 10년 전에 원천봉쇄됐다는 사실을 최근 공개하면서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용자 반발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번은 대응도 그리 깔끔하지 않다.
넥슨 측이 한 게임 커뮤니티 이용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냈는데, "사전 설명이 부족했던 점은 사과 드린다"는 애초 문구를 철회한 수정본이 다시 날아온 것이다.
이용자의 집단 소송 움직임에 맞서 넥슨도 법적 대응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설마 그럴 일이야 있겠느냐마는, 어떻게든 진정성을 갖고 이용자 마음을 다독여야 할 때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언행은 더 큰 피해를 낳을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게임 이용자들은 중독 이슈 등 여러 핍박에 맞서 국내 게임 산업을 옹호해왔지만, 앞으로도 그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게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게임을 여럿 만든 블리자드는 누구나 선망하던 최고의 게임사 '였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2018년 11월 블리자드의 신작 발표회 '블리즈컨'은 대실망의 무대였다.
모두가 기대했던 디아블로 후속작은 나오지 않고 대신 모바일 버전 '디아블로 이모탈'이 등장하자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했다.
급기야 현장에 모인 팬들이 야유를 보냈고, 무대에 있던 개발자 와이어트 쳉은 "여러분은 폰도 없나요?(Do you guys not have phones?)"라는 발언을 했다.
얼어붙은 현장 분위기를 녹이려는 농담이었겠지만, 이미 발표에 한 번 실망한 팬들에게는 비아냥으로 다가왔고 팬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대폭발했다.
공교롭게도 이 무렵 블리자드의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해 전고점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앉았고, 복구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님'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듯, 가장 열렬한 팬이 한순간에 제일 뜨거운 안티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긴 셈이다.
국내에서도 판교에 줄줄이 서 있는 '트럭 시위'가 보여주듯 게임 이용자들의 의사 표현이 점점 더 직접적인 형태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은 주력 다중접속임무수행게임(MMORPG) 메이플스토리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 달성할 수 있는 일부 등급이 10년 전에 원천봉쇄됐다는 사실을 최근 공개하면서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용자 반발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번은 대응도 그리 깔끔하지 않다.
넥슨 측이 한 게임 커뮤니티 이용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냈는데, "사전 설명이 부족했던 점은 사과 드린다"는 애초 문구를 철회한 수정본이 다시 날아온 것이다.
이용자의 집단 소송 움직임에 맞서 넥슨도 법적 대응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설마 그럴 일이야 있겠느냐마는, 어떻게든 진정성을 갖고 이용자 마음을 다독여야 할 때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언행은 더 큰 피해를 낳을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게임 이용자들은 중독 이슈 등 여러 핍박에 맞서 국내 게임 산업을 옹호해왔지만, 앞으로도 그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