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 사태가 본의 아니게 땅 투자 `비법`을 전수하는 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왕버들로 보도된 용버들은 쌍떡잎식물로, 여러 종류의 버드나무 가운데 하나다. 이 나무는 LH 직원 A씨가 광명·시흥 신도시 땅에 심었다.

A씨는 한 평(3.3㎡)에 한 그루가 적당한 이 나무를 25그루가량 빽빽하게 심었다. 전문가들은 토지 보상 업무에 정통한 A씨가 보상을 노리고 나무를 촘촘하게 심었을 것이라고 본다.

일반적인 나무는 감정가액이 대충 정해져 있어 많은 돈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희귀수종은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LH와 협상을 통해 보상가를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 나무가 속성수라는 점도 포인트다.

개발지로 지정돼 나무를 베내거나 옮겨 심어야 할 때 키가 크고 굵을수록 받는 돈의 액수는 커진다. 나무 시장에서 그루당 2천∼3천원인 용버들의 어린나무가 몇 년간 자라면 수만원짜리로 변모한다.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용어인 맹지(盲地)도 거론되고 있다. 맹지는 진입로가 없는, 도로에서 떨어진 땅이어서 이런 토지를 잘못 샀다가는 되팔기도 어렵고, 팔더라도 제값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평소엔 거래가 거의 안 된다.

그런데 LH 직원들은 이 땅을 50% 정도 웃돈을 주고 매입했다. 신도시 부지로 편입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거래다.

`알박기`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개발 예정지의 땅을 미리 잽싸게 사들여 건물을 올리거나 나무를 심었다가 사업자에게 고가의 바가지를 씌우고 빠져나오는 투기꾼의 전형적 수법이다.

이와 함께 `지분 쪼개기`는 건물이나 땅의 지분을 나눠 구분 등기를 함으로써 개발 시 아파트 분양권이나 대토를 많이 받아내는 형태의 투기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있는 LH 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구입한 토지 약 5천㎡를 4개 구역으로 쪼개서 LH의 대토 보상 기준인 1천㎡ 이상을 딱 맞췄다. 이런 지분 쪼개기는 고양 창릉 등 다른 3기 신도시 예정지에서 다수 확인되고 있다.

이들의 지분 쪼개기는 단독주택 택지나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개발 관련 공고일 이전부터 1천㎡ 이상의 땅을 갖고 있으면 단독 택지로 대토 보상이나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대토보상이라는 용어도 신도시 개발 지구 등에서 땅을 수용당해보지 않은 일반인에겐 낯설다. 이는 현금 대신 신도시의 땅으로 보상받는 제도다. 택지나 근린생활용지로 땅을 받아 건물을 올리면 가치는 투자비의 몇 배가 될 수도 있다.

LH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의 농지를 사들인 뒤 제출한 영농계획서도 화제가 됐다.

보통 영농계획서는 농지취득 자격을 얻기 위해 해당 지자체에 제출한다. 영농계획서를 내고 농지를 매입했다는 건 농사를 짓겠다는 뜻인데 이들은 지목이 논인 곳에 벼를 재배하겠다고 해놓고 불법으로 묘목을 심었다. 용버들 사례에서 보듯 작물을 재배하는 것보다 묘목을 심는 것이 나중에 보상을 받을 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