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가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낸 소송에서 저성과자 해고가 적법하다는 판결 내놓자 고용의 유연성을 인정한 판결이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같은 날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에서는 역시 저성과자를 해고한 또 다른 사건에서 이번에는 현대중공업이 패소했다. 전혀 상반된 판결이어서 주목 받는다.
현대重, '해고사유' 뺀 채 저성과자 해고 통보…大法서 패소
판결문을 상세 분석해 본 결과 두 사건 모두 저성과자를 해고한 사건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대법원 2부가 판결한 사건에서 패소한 이유는 회사가 근로자에게 해고를 서면으로 통보하면서 해고 사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은 어이없는 실수 때문으로 밝혀졌다. 인사·노무 담당자들에게 시사점이 크다.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진 대법원 3부 판결부터 살펴보면, 공정한 인사평가를 거쳤는데도 저성과자로 판명 난다면 적법하다는 게 판결 요지다.

현대중공업에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인사평가를 실시한 결과 직원 3859명 가운데 3857등, 3859등으로 최하위 평가를 받은 근로자 두 명은 직무재배치 교육, 직무경고도 받았지만, 업무가 개선되지 않았고 끝내 근무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6년 회사는 역량 부족을 이유로 두 직원을 해고했고 이들은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3부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근무 성적이나 근무 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저성과자 해고의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한편 국제법무팀에서 근무하던 사내 변호사가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대법원 2부는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지만 서면 통지때 해고 사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아서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에서는 회사가 이 근로자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했는지, 근무성적이 낮은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다만, 회사가 해고를 통보하면서 ‘해고 사유’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건 절차상 위법이 있기 때문에 해고의 이유가 정당한지 등에 대해서는 더 따져 볼 것도 없다는 의미다. 대법원 2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반드시 서면으로 통보해야만 효력이 있다는 근로기준법 27조의 규정에 따른 판결이다. 근로기준법상 서면통지 규정은 ▲근로자를 해고할 때 신중을 기하게 하고 ▲해고의 존재 여부, 시기, 사유를 명확히 해 사후 분쟁을 예방하며 ▲근로자가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2007년 도입됐다. 해고 관련 분쟁이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최소한의 법적 절차를 구비하도록 의무화하자는 게 당시 서면통지 의무를 법률에 도입한 배경이다.

원심 법원인 부산고법은 현대중공업 국제법무팀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근로자가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공정한 평가 결과 근무 성적과 근무 능력이 낮은 걸로 보인다며 해고 자체는 적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또 해고사유가 서면에 기재돼 있지는 않지만 해고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해당 근로자에 알렸으므로 해고사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 2부는 현대중공업이 서면통지 절차를 위반했기 때문에 나머지 쟁점은 더 살펴볼 이유도 없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참고로 저성과자 해고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3부 사건 판결문에는 서면통지 위반 여부가 언급돼 있지 않다. 당연히 서면으로 통보했을 걸로 보인다. 근로자를 해고할 때 해고 사유와 해고시기를 명시하여 서면으로 통보하는 것은 인사 업무 담당자라면 ‘기본’이기 때문이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