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거부 어려워…"상황 따라 직접수사 가능성도"
경찰 주도 수사 성과 땐 수사-기소분리 가속 전망
'LH 수사' 측면 지원나선 檢…내부에선 부글부글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규명을 위해 검경 협력을 주문하자 검찰이 관할 검찰청을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며 호응에 나섰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내부에서는 과거 같으면 검찰이 이끌었을 대형 비리 의혹 사건 수사를 경찰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현재 검찰이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경찰 주도의 수사가 성과를 내면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안착했다는 평가와 함께 검찰이 반대하는 수사-기소 분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하지만 검찰로서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 수사를 팔짱 끼고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LH 수사' 측면 지원나선 檢…내부에선 부글부글
◇ '경찰과의 유기적 협력' 부담 떠안은 검찰
문 대통령은 전날 'LH 투기' 의혹 규명에 검경의 '유기적 협력'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 참여를 당부했지만, 검찰의 수사 지휘나 별도 자체 수사 주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LH 수사는 이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주축이 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맡기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LH 임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를 관할하는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전날 소속 검사 4명과 수사관 8명으로 구성된 '부동산투기 수사전담팀'을 구성했다.

이는 직접 수사가 목적이 아니라 법리 검토 등 경찰과의 수사 협업과 향후 검찰 송치 후 보완 수사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도 '검찰의 협력'을 독려하고 나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수원지검 안산지청을 방문해 검경 간 유기적 협조를 당부했다.

이번 국수본의 LH 투기 의혹 수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역량을 평가받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검찰이 LH 투기 의혹 수사 과정에서 수사 노하우를 공유하며 적극 협조해 성과를 내면 경찰 중심의 형사사법시스템이 안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수사가 성과를 내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높아진 경찰의 위상이 확고해지고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수사-기소 분리 추진이 가속화할 수 있다.

그렇다고 검찰이 국민적 관심이 큰 비리사건에 대한 협조를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국수본 주도의 강제 수사가 이제 막 시작된 상황에서 대놓고 수사에 개입하기도 어렵다.

검찰로서는 딜레마적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LH 수사' 측면 지원나선 檢…내부에선 부글부글
◇ 수사 진행 따라 檢수사 가능성…검경 마찰 우려도
검찰이 협조를 거부하지 않겠지만 수사 과정에서 수사 주도권을 놓고 검경 간 잡음이 새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 LH 투기 의혹을 직접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신을 '대검 수사관'이라고 밝힌 한 검찰 직원은 익명 커뮤니티에 "검찰은 (수사에서) 빠지라고 하니 우린 지켜보는데 이 수사는 망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토지 거래한 윗선들은 서로서로 차용증을 다시 쓰고 이메일을 삭제하며 증거를 인멸할 것"이라며 "수사를 하고 싶어하는 검사와 수사관들이 많은데 안타깝다"고 했다.

일단 정부와 여당은 LH 투기 의혹 사건이 올 초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6대 범죄로 한정된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범위가 확대돼 공직자 뇌물수수나 직권남용 정황이 확인되면 검찰이 개입하면서 수사 주도권이 검찰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박범계 장관도 LH 수사와 관련해 "공직 부패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검찰은 그 부분에 대해 열어놓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대상이나 금액에 제한이 있지만 그런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를 6대 범죄로 한정한 것은 '훈시 규정'에 불과해 검찰이 LH 투기 의혹을 수사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정부 주도의 검찰개혁과 수사·기소 분리에 반대하는 야당은 물론 지난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추진에 반발해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LH 투기 의혹 수사의 주도권을 검찰에 넘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국민이 이번 사건 수사에서 바라는 건 공직 비리·구조적 비리를 찾아내 대응하라는 것"이라며 "분야를 정해놓고 검찰의 직접수사를 제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