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자녀를 둔 남양주 주민 최은주(가명·41)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마다 걱정이 가득하다.

아이들이 다니는 A초등학교 교실 수가 작년 9월 1천620세대인 B아파트 입주로 늘어난 학생을 수용하기에 부족한데다 통학로도 위험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씨 등 A초교 학부모들은 신속한 학교 증축과 함께 통학로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초등학교 등굣길 따라가보니…"어른도 위험"
통학 여건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에서 대중교통으로 약 2시간 거리인 B아파트를 찾았다.

오전 8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각이었지만 아파트 입구는 셔틀버스에 타는 아이들과 배웅하는 학부모들로 북적거렸다.

B아파트에서 A초교는 도보로 약 30분 거리지만 중간에 인도가 끊겨 걸어서는 갈 수 없다.

이에 B아파트 주택조합이 자체 셔틀버스를 마련해 단지 내 초등학생 150여 명의 통학을 담당하고 있다.

최씨는 "차량 없이는 통학이 불가능하다"며 "셔틀버스를 놓치면 아이 혼자 시내버스나 택시를 타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아이들을 태운 셔틀버스가 출발한 뒤 B초교로 가기 위해 시내버스에 탑승하니 인근 중학교, 고등학교 등교 시간과 맞물린 탓에 승객이 가득했다.

시내버스에서 내려 셔틀버스가 하차하는 공터로 가보니 셔틀버스와 다른 차량이 뒤섞여 혼잡했다.

셔틀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동안에도 차량이 끊임없이 들어와 계속 자리를 옮겨야 했다.

공터는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데다 철심도 박혀 있어 위험해 보였다.

공터에서 학교로 가기 위해서는 차량이 많이 다니는 왕복 2차선 도로를 두 차례 건너야 했다.


셔틀버스 도우미와 학부모들이 아이들이 무사히 2개 횡단보도를 건너도록 도왔다.

A초교 교사와 녹색 어머니회 회원들이 안전 지도를 하고 있지만 많은 아이를 동시에 통제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도로를 건넌 후에도 약 45m를 걸어야 아이들이 이용하는 학교 후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후문까지 가는 길은 우레탄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울퉁불퉁했고 곳곳이 패여 있었다.

심하게 튀어나온 구간을 밟았다가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공터나 길에서 넘어져 다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아이를 배웅하고 귀가하던 한 학부모는 "학교 앞 도로가 좁고 차가 많아 어른도 불편한데 아이들이 매일 지나다니기에는 더 위험해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 "교실 아닌 곳에서 도시락 점심"…개학은 했지만 학교는 '미완성'
셔틀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은 학교 후문을 통해 등교하고 있었다.

정문은 공사 차량이 출입하고 있어 학생 이용이 제한된 상태였다.



A초교는 B아파트 입주로 늘어난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 학부모 기부금을 받아 건물 증축 공사를 진행했지만 개학 때까지 완공하지 못했다.

현재 일부 학급은 교실이 부족해 음악실, 과학실 등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운동장도 각종 자재가 쌓여 있고 공사 차량이 드나들고 있어 아이들이 이용할 수 없었다.

최씨는 "아이가 오후까지 교실이 아닌 곳에서 등받이도 없는 작은 의자에 앉아있으니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으며 허리 통증도 호소한다"며 "급식 시설도 완비되지 않아 식사도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학생들이 통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새 학교 설립이 절실하다"며 "현재는 교육청 차원의 통학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학생 통학 안전을 위해 등하교 시 교사, 녹색 어머니회 등에서 안전 지도를 하고 있다"며 "건물 증축 공사가 3월 중 마무리될 때까지 안전 관리에 더욱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남양주 교육청 관계자는 "세대 수 부족으로 새로운 학교 설립은 어렵다"며 "B아파트 건설 당시 A초교를 증축해 셔틀버스로 통학하기로 합의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후 더 가까운 학교에서 학생을 수용할 여건이 된다면 배정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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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