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법 등 여전히 뇌관…정권 향한 檢수사도 변수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의를 같은 날 수용했다.
여권과 검찰의 대립이 국정운영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는 판단 아래 최대한 신속한 상황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45분 간격 총장·민정 교체 발표…국면전환 속도전
청와대가 윤 총장의 사의를 문 대통령이 수용키로 했다고 발표한 시각은 오후 3시 15분. 이는 윤 총장이 언론에 사의를 밝힌 지 75분 만이었다.
그로부터 45분 뒤에는 최근 사의를 표한 신현수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발표했다.
불과 두 시간 만에 사정 라인의 동시 교체를 공식화한 셈이다.
여기에는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계속됐던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 구도를 한시라도 빨리 끊어내야 한다는 인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포함한 방역·경제 이슈에 집중하는 모습을 부각하려는 청와대로서는 이런 구도는 가장 경계해야 할 프레임으로 꼽힌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 윤 총장의 거취를 정리하는 일은 그간의 갈등을 매듭짓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며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했다.
새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여권과 검찰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은 물론 차분하게 국정을 운영할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신현수 수석 역시 사의 표명 후 업무수행 동력을 많이 상실했다는 점, 주 임무였던 청와대와 윤석열 검찰 사이의 조율 업무가 이제 필요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교체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사의를 빠르게 수용한 데는 윤 총장의 최근 행보에 대한 '불쾌감'도 반영됐으리라는 추측도 나온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윤 총장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공개 비판하며 '헌법정신·법치시스템 파괴'라는 격한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정치적 고려로 입법권을 공격하는 것",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태도", "대선 출정식 같았다" 등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여기에 윤 총장의 차기 대권 도전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아진 점 역시 문 대통령이 교체 결정을 앞당긴 배경으로 거론된다. ◇ 중수청 등 '지뢰밭'…정권 수사·후임 총장 인선 등 변수
한편 청와대의 기대처럼 검찰과의 갈등이 빠르게 정리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검수완박)을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물론 윤 총장의 사퇴를 촉발한 중수청법의 경우 최근 여당 내에서도 속도조절 기류가 읽히긴 하지만, '상반기 중 법안 처리'라는 민주당의 방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언제든 다시 뇌관이 될 수 있다.
월성 원전 관련 수사 등 정권을 향한 검찰 수사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변수다.
여권 내에서는 새 검찰총장 임명으로 청-검 관계가 재정립되면 검찰의 수사 강도 역시 누그러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반대로 임기 후반이 될수록 검찰 조직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이 약해지면서 여권을 향한 수사의 칼끝이 더 날카로워질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검찰총장 후임 인선 자체가 갈등의 소재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권 입장에선 '제2의 윤석열'을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검찰 내 '친문'(친문재인) 인사를 발탁할 경우 검찰 일각, 나아가 야당의 반발을 부르며 또 다른 혼선을 낳을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