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씨 마르고 월세는 급등…세입자 갈 곳 없다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에 가속이 붙으면서 서울아파트 월세가 지난 1년간 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KB국민은행 주택 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전용면적 95.9㎡ 이하 기준) 월세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3%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 15.98%, 전세가 14.62% 오른 것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오름폭은 작으나, KB에서 2015년 12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 상승률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는 지난해 11월부터 15개월 연속으로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다. 작년 7월 말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직후부터는 이전 대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가속하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몰린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서울에서 지난 1년 동안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한강 이남 11개 구가 6.12%로, 한강 이북 14개 구(3.70%)의 약 1.7배에 달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943㎡는 작년 2월 11일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370만원(17층)이었으나, 지난달 3일에는 같은 보증금 액수에 월세가 430만원(18층)으로 1년 새 가격이 16% 뛰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59.96㎡는 작년 2월 20일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70만원(12층)에 계약이 체결됐지만, 지난달 9일에는 같은 보증금에 월세 230만원(9층)으로 가격이 올랐다.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과 보유세 인상에 따라 늘어난 세 부담을 월세로 메우려는 집주인이 늘어난 것이 높은 월세 상승률의 배경으로 꼽힌다.

확정일자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작년 1월 26.8%에서 올해 1월 39.5%로 1년 새 12.7%포인트 상승했다.

서울은 아파트 외 주택의 월세 비중도 증가세다.

부동산정보플랫폼 다방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의 전·월세 물건을 집계한 결과, 강남구의 경우 월세 비중이 지난해 2월 77.0%에서 올해 2월 88.4%로 상승했다. 전·월세 물건 10개 중 9개가 월세인 셈이다.

같은 기간 서초구는 59.4%에서 69.1%로, 송파구는 57.1%에서 73.3%로 월세 비중이 상승하는 등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이 오르면서 월세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전세와 마찬가지로 월세도 물건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 가격 오름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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