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11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경공업분과협의회 지도에 나섰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그를 영어로 'chairman of the Standing Committee of the Supreme People's Assembly(SPA)'라고 소개했다.
지난 1월18일까지만 해도 같은 직책을 'president of the Presidium of the SPA'라고 번역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김 위원장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가수반 명칭인 '프레지던트'로 불리게 되면서, 자연스레 이전에 프레지던트를 썼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영어 표기를 '체어맨'으로 바꾼 모양새다.
이와 같은 호칭 정리는 대외적으로 김 위원장이 국가수반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혼동을 주거나 권위를 세우는 데 방해가 되는 요인을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국무위원장의 영어 표기에 신경 쓰는 것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형식적이나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외적으로 국가수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9년 이례적으로 한해에만 두 차례나 헌법을 개정해 단순히 '최고영도자'로만 규정됐던 국무위원장의 지위를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영도자'로 바꾸는 등 김 위원장이 대내적으로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명실상부한 국가수반임을 명시했다.
실제로 이후 북한이 외국정상과 주고받는 축전의 명의도 기존 최룡해에서 김 위원장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했다.
과거에는 중국과 러시아나 베트남·라오스·쿠바·이란·시리아 등 주요 우방에만 김정은 위원장의 이름으로 축전을 보내고, 나머지 국가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명의의 축전을 보냈다.
그러나 헌법이 바뀐 2019년 말부터는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수반으로서 직접 축전을 보내는 경우가 점차 늘었다.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더 심화해 적도기니·케냐 등 아프리카 지역 국가를 비롯해 거의 모든 국가 정상과 직접 축전을 교환하고 있다.
반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최룡해가 축전을 보내는 일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김 위원장이 안정적으로 10년째 통치를 이어가면서 기존 김정일 체제의 '불합리한' 정치 시스템도 바꿔가고 있는 셈이다.
'은둔의 지도자'로 불리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1997년 공식 집권하면서 '대외적 국가수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직제를 신설, 주요 우방국을 제외한 외국 정상과 회동 또는 축전 교환 등 상징적 외교업무를 맡겼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2012년 공식 집권 이후에도 이 체제를 유지해오다가 2019년 헌법 개정을 시작으로 명실공히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임을 법적으로, 대외적으로 명확히 해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