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최근 급등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주도주의 색깔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상승장에서 주목받았던 기술주 등 성장주는 약세로 돌아선 반면 철강·에너지·소재·은행주 등 상대적으로 소외된 업종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3월 투자 전략을 놓고 개인투자자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주식을 100조원어치 가까이 순매수한 가운데 코스피지수 3000선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채권 금리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적 개선 동력이 크면서도 저평가된 중형 가치주를 눈여겨보라는 조언이 나온다.

철강주 2월 수익률 10%

금리 상승기…저평가 '중형 가치株' 담아볼까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업종은 철강주였다. 철강주는 전통적인 경기민감주로 꼽힌다. 국내 철강 기업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철강지수는 지난달 9.87%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23% 오르는 데 그쳐 횡보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돋보인다. 철강 업종 주도주인 포스코는 지난달 14.66% 뛰었다. 이 밖에 풍산(28.42%), 영풍(20.16%), 세아베스틸(20%), 고려제강(17.02%) 등도 높은 주가 상승폭을 기록했다.

오랫동안 부진했던 은행주 역시 금리 상승세에 맞물려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KRX은행지수는 지난달 9.50% 올라 철강지수에 이어 상승폭이 높았다. 한 달 동안 하나금융지주(13.48%), JB금융지주(12.55%), DGB금융지주(10.99%), 우리금융지주(8.86%), KB금융(8.68%), 신한지주(7.50%) 등 모든 종목이 강세를 나타냈다. 은행은 금리가 오르면 순이자마진(NIM)이 증가해 혜택을 보는 대표 업종이다.

금리 상승기…저평가 '중형 가치株' 담아볼까
철강주와 은행주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업종이다. 1월 지수 수익률은 은행주가 -6.8%, 철강이 -3.34%였다. 철강과 은행 외에 운송(8.24%), 보험(7.96%), 건설(5.12%), 방송통신(4.23%) 등 업종 지수도 2월에 반등했다. 반면 1월 가파른 코스피지수 상승세를 이끈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업종은 2월 약세로 전환했다. 1월 21% 올랐던 KRX자동차지수는 지난달 -2.04% 하락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바이오·2차전지 등 성장주 ETF는 하락폭이 큰 반면 원자재·에너지·철강·여행 관련 상품은 강세를 보였다. ‘TIGER KRX바이오 K-뉴딜’ ETF는 지난달 10.79% 떨어져 국내 주식형 ETF 중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반면 ‘KODEX 철강’ ‘TIGER 여행레저’ 등은 1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원자재 ETF인 ‘TIGER 구리실물’(26.13%) ‘KODEX WTI 원유선물’(20.74%) 등도 급등했다.

실적 좋아질 중형 가치주 주목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성장주 주도의 지수 상승장이 조정을 받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 모멘텀이 있는 중형 가치주를 눈여겨볼 때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유동성이 끌어올리던 시장에서 실적 장세로 전환하면서 종목별로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질 때라는 설명이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 대형주의 실적 상승 동력이 둔화되면서 지수 상승 기대는 줄어든 반면 중형주 그룹에서 시장 대비 알파(α) 수익을 낼 종목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화영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역시 “코스피200 등 대기업과 중소형주의 주가 괴리가 역대급으로 벌어졌다”며 “다양한 업종에서 ‘V자’로 회복 중인 기업들이 탄력적으로 움직이면서 ‘갭 메우기’ 장세를 보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올해 실적 개선이 예상되면서 주가 저평가 매력이 돋보이는 종목으로 효성티앤씨, HMM, 에스엘, 금호석유, 세아베스틸, 삼성증권, 테스, 한국금융지주, 코오롱인더, BNK금융지주, 삼성화재, 롯데쇼핑, 미래에셋대우, 에쓰오일, 두산인프라코어, 에스엠, 하나머티리얼즈, 한섬, 연우, 원익QnC, F&F, 인크로스 등이 꼽혔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