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내부망에 퇴임인사…자연인 신분으로 탄핵심판
재판개입 혐의로 탄핵 심판을 받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28일 임기 만료로 법복을 벗었다.

임 부장판사는 퇴임 당일까지 재판 개입 혐의에 사과를 포함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사과·해명 없이 임기 만료
임 부장판사는 이날로 임기가 만료돼 다음 달 2일부터 법원에 출근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임용 30년차를 맞아 연임 신청 대상이었지만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6일 법원 내부망에 "저로 인해 고통·불편을 입으신 모든 분에게 용서를 청한다"며 퇴임 인사글을 남겼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심판 대상이 된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까지도 탄핵소추 사유가 된 재판 개입 혐의에 침묵하고 있어 사과나 해명 없이 임기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임 부장판사는 1심 무죄 판결을 내세워 탄핵 사유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공소장에는 그가 법원행정처의 요구에 따라 담당 사건 재판장에게 재판 과정에서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한 기사가 허위라는 중간 판단을 밝히도록 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또 판결을 선고하면서 '가토 전 지국장에게 법리적인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되 적절한 행동은 아니다'라며 질책하는 내용을 구술하도록 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원정 도박 사건에 연루된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오승환씨를 정식 재판에 넘기려는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고 약식 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종용한 혐의도 받았다.

◇ 무죄 선고했지만 '재판 개입' 인정…"위헌적 행위"
1심 재판부는 "구체적인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절차 진행에 간섭한 것"이라며 임 부장판사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가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어 남용 역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다만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에 대해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법관의 재판 독립을 명시한 헌법 103조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이 형사처벌은 안 돼도 징계 사유는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부장판사는 재판 개입 혐의 중 일부에 대해 '견책'의 경징계만 받았다.

임기 만료로 임 부장판사는 앞으로 법관이 아닌 자연인 신분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탄핵심판에서 임 부장판사의 임기 만료 등을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 사건이라는 점에서 헌재가 보충·소수의견 등을 통해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