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선 페북이 인터넷…국민 40%의 통신수단
인종청소 악용 흑역사…'표현자유' 중시하는 페북 이번에도 뒷북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이 미얀마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와 관련된 계정을 대거 폐쇄한 배경에는 군부의 온라인 선전 전략이 있다.

26일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수치 국가 고문을 감금하고 정권을 장악한 이번 쿠데타 전에도 이미 자신들의 행위 정당성을 주장하는 선전 도구로 페이스북에 집착했다.

소수민족 로힝야를 탄압하고 나라 밖으로 추방하면서 극우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해 페이스북을 활용한 게 대표적 사례다.

미얀마군은 미얀마에서 수세대를 살아온 로힝야족에게 불법체류 낙인을 찍고 국민의 외국인 혐오를 선동하기 위해 조직적 공작을 펼쳤다.

미얀마에서 페이스북은 그대로 '인터넷'과 같은 의미로 통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정보전달, 통신 수단이다.

소셜미디어 관리업체 너폴리언캣에 따르면 2020년 1월 현재 미얀마의 페이스북 사용자는 2천230만명으로 인구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미얀마군이 2017년 로힝야족 수천명을 죽이고 70만여명을 몰아낸 데에도 페이스북을 통한 정보조작, 선동의 힘이 컸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유엔 조사관들은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탄압 행보를 '인종청소의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이미 2018년 로힝야족 인권침해, 정보조작 등의 이유를 들어 이번 쿠데타의 우두머리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비롯한 군부 인사와 기관들을 대거 제재했다.

당시 페이스북은 혐오 발언으로 분열을 조장하고 폭력을 선동하는 데 자사 플랫폼이 사용되지 않도록 더 강력한 조처를 해야 했다고 뒤늦은 후회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 페이스북은 미얀마 국영TV와 선전매체에 이어 미얀마 군부와 연관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을 차단했다.

특히 군부가 소유한 기업들의 광고까지도 차단했는데 이는 군부의 경제적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확장된 조치였다.

AP통신은 이번 결정이 군부로부터 최대 통신, 정보유통 수단을 빼앗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NYT는 페이스북의 조치가 미얀마 쿠데타 정국에 직접 개입하는 행위이자 반군부 민주화 시위에 대한 명백한 지지라고 해설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로힝야족 인종청소 사건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이 뒷북을 쳤다는 지적이 많다.

미얀마군은 지난 1일 아웅산수치 고문을 비롯한 정부 고위인사들을 잡아 가둔 뒤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정권장악 사실을 알렸다.

시민단체 버마(미얀마) 캠페인의 영국지부 국장인 마크 파매너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력을 선동하고 쿠데타를 시도한 이유로 페이스북에서 퇴출당했는데 버마 군부는 인종청소와 쿠데타를 저질렀음에도 잔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며 페이스북을 정치, 사회적 논란에 연루되지 않는 단순한 기술 서비스로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번 미얀마 사태를 계기로 허위정보 유통, 혐오 발언, 폭력 선동에 대한 페이스북의 미온적 태도는 정치권, 규제당국, 이용자들로부터 다시 한번 거친 점검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