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나라가 넓으니 상이 많구나…실감은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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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로 미국서 26관왕…"경악스러울 만큼 놀라운 영화"
영화 '미나리' 팀 화상 기자 간담회
영화 '미나리'로 26개의 상을 받은 윤여정은 "실감을 못 하고 있다"며 축하 인사를 쿨하게 넘겼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드라마 촬영 중인 윤여정은 26일 화상으로 열린 '미나리' 팀 기자 간담회에서 다시 한번 입담과 유머로 웃음을 선사했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 내 각종 비평가 시상식 등에서 여우조연상 26개를 받은 데 대해 "상패는 하나밖에 못 받아서 실감을 못 하고 있다"며 "내가 할리우드 배우도 아니고 이런 경험이 없어서 그냥 나라가 넓으니까 상이 많구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 남부 아칸소 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에서 딸 모니카(한예리)와 제이컵(스티븐 연) 부부를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영화에 활력과 변화를 만드는 순자를 전형적이지 않게 연기하면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윤여정은 그 공을 자신과 가족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에게 돌렸다.
그는 "(전형적이지 않은 할머니로 그린 건) 아이작이 그렇게 썼기 때문"이라며 "감독의 할머니를 흉내 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절대 그럴 필요 없다고 해서 자유를 얻었고 감독과 함께 만든 캐릭터"라고 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찐 밤을 입으로 잘라 씹어 손자 데이비드에게 건네는 장면도 실제 윤여정이 미국에 살 때 직접 본 장면을 떠올리고 가져다 쓴 장면이다.
그는 "친구의 어머니가 와서 손자한테 그렇게 밤을 줬는데 아일랜드 출신이었던 친구 남편이 너무 놀라며 '너희 나라는 그래서 간염이 많다.
너무 더러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아이작과 서로 그렇게 기억과 경험을 이야기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순자가 데이비드와 같은 방을 쓰게 되면서 같이 침대에서 자지 않고 바닥에서 자는 것이나, '원더풀' 정도의 영어는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제안한 '미나리는 원더풀이란다' 등의 대사가 윤여정의 의견으로 만들어졌다.
윤여정은 이 영화를 "경악을 금치 못할 놀라움을 안겨 준 영화"라고 정의했다.
"촬영할 때는 (너무 더워서) 빨리 끝내고 시원한 데로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선댄스 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볼 땐 연기 잘 못 한 게 있나 보느라 즐기지를 못했는데 사람들이 좋아하고 우는 걸 보고 오히려 놀랐죠. 아이작 감독이 무대에 올라갔을 때 사람들이 기립박수 하는 걸 보고 울었어요.
나는 이제 노배우이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뭔가를 이뤄내고 나보다 나은 걸 볼 때 장하고 애국심이 폭발해요.
이렇게 많은 상을 받았다고 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죠. 상상하고 만들지 않았거든요.
경악스러울 뿐입니다.
" 정 감독은 윤여정이 이야기하는 내내 미소를 머금고 있다가, 순자의 모델이 된 실제 할머니 이야기를 하며 다시 한번 눈물을 참기도 했다.
그는 "인천 송도에서 교수 생활을 할 때 교수실에 앉아 창밖을 보면 나이 드신 여성분들이 조개를 캐는 모습이 보이는데, 한국전에서 할어버지를 잃고 갯벌에 나가 조개를 캐며 어머니를 키웠던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며 "할머니 이야기를 할 때마다 울컥하는 감정에 눈물이 난다"고 했다.
정 감독은 영화 촬영을 끝내고 모든 스태프를 데리고 윤여정에게 큰절을 했고, 윤여정은 그 순간을 가장 '원더풀'한 순간으로 꼽기도 했다.
윤여정은 "너무 놀랐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며 "나를 제외한 모두가 큰절을 하느라 사진이 단 한 장 남아있지 않지만 아이작의 배려심이 느껴진 그 순간이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이후 윤여정이 받은 26개의 여우조연상을 포함해 지금까지 74개의 상을 받았고, 오는 28일(현지시간) 열리는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있다.
4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주요 부문에 후보로 오를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정 감독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가 이렇게 호평받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면서도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 나라나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민자 이야기, 제 개인의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극 중 가족이 겪는 갈등과 고충,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사랑하고 함께 헤쳐나가는 모습에 공감해 주시니까요.
열린 마음으로 배역에 임하고 표정에서 인간애가 묻어나도록 섬세하게 표현해준 배우들의 훌륭하고 깊이 있는 덕입니다.
"
영화는 다음 달 3일 국내서 개봉한다.
/연합뉴스
영화 '미나리' 팀 화상 기자 간담회
영화 '미나리'로 26개의 상을 받은 윤여정은 "실감을 못 하고 있다"며 축하 인사를 쿨하게 넘겼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드라마 촬영 중인 윤여정은 26일 화상으로 열린 '미나리' 팀 기자 간담회에서 다시 한번 입담과 유머로 웃음을 선사했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 내 각종 비평가 시상식 등에서 여우조연상 26개를 받은 데 대해 "상패는 하나밖에 못 받아서 실감을 못 하고 있다"며 "내가 할리우드 배우도 아니고 이런 경험이 없어서 그냥 나라가 넓으니까 상이 많구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 남부 아칸소 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에서 딸 모니카(한예리)와 제이컵(스티븐 연) 부부를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영화에 활력과 변화를 만드는 순자를 전형적이지 않게 연기하면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윤여정은 그 공을 자신과 가족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에게 돌렸다.
그는 "(전형적이지 않은 할머니로 그린 건) 아이작이 그렇게 썼기 때문"이라며 "감독의 할머니를 흉내 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절대 그럴 필요 없다고 해서 자유를 얻었고 감독과 함께 만든 캐릭터"라고 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찐 밤을 입으로 잘라 씹어 손자 데이비드에게 건네는 장면도 실제 윤여정이 미국에 살 때 직접 본 장면을 떠올리고 가져다 쓴 장면이다.
그는 "친구의 어머니가 와서 손자한테 그렇게 밤을 줬는데 아일랜드 출신이었던 친구 남편이 너무 놀라며 '너희 나라는 그래서 간염이 많다.
너무 더러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아이작과 서로 그렇게 기억과 경험을 이야기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순자가 데이비드와 같은 방을 쓰게 되면서 같이 침대에서 자지 않고 바닥에서 자는 것이나, '원더풀' 정도의 영어는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제안한 '미나리는 원더풀이란다' 등의 대사가 윤여정의 의견으로 만들어졌다.
윤여정은 이 영화를 "경악을 금치 못할 놀라움을 안겨 준 영화"라고 정의했다.
"촬영할 때는 (너무 더워서) 빨리 끝내고 시원한 데로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선댄스 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볼 땐 연기 잘 못 한 게 있나 보느라 즐기지를 못했는데 사람들이 좋아하고 우는 걸 보고 오히려 놀랐죠. 아이작 감독이 무대에 올라갔을 때 사람들이 기립박수 하는 걸 보고 울었어요.
나는 이제 노배우이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뭔가를 이뤄내고 나보다 나은 걸 볼 때 장하고 애국심이 폭발해요.
이렇게 많은 상을 받았다고 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죠. 상상하고 만들지 않았거든요.
경악스러울 뿐입니다.
" 정 감독은 윤여정이 이야기하는 내내 미소를 머금고 있다가, 순자의 모델이 된 실제 할머니 이야기를 하며 다시 한번 눈물을 참기도 했다.
그는 "인천 송도에서 교수 생활을 할 때 교수실에 앉아 창밖을 보면 나이 드신 여성분들이 조개를 캐는 모습이 보이는데, 한국전에서 할어버지를 잃고 갯벌에 나가 조개를 캐며 어머니를 키웠던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며 "할머니 이야기를 할 때마다 울컥하는 감정에 눈물이 난다"고 했다.
정 감독은 영화 촬영을 끝내고 모든 스태프를 데리고 윤여정에게 큰절을 했고, 윤여정은 그 순간을 가장 '원더풀'한 순간으로 꼽기도 했다.
윤여정은 "너무 놀랐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며 "나를 제외한 모두가 큰절을 하느라 사진이 단 한 장 남아있지 않지만 아이작의 배려심이 느껴진 그 순간이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이후 윤여정이 받은 26개의 여우조연상을 포함해 지금까지 74개의 상을 받았고, 오는 28일(현지시간) 열리는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있다.
4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주요 부문에 후보로 오를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정 감독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가 이렇게 호평받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면서도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 나라나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민자 이야기, 제 개인의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극 중 가족이 겪는 갈등과 고충,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사랑하고 함께 헤쳐나가는 모습에 공감해 주시니까요.
열린 마음으로 배역에 임하고 표정에서 인간애가 묻어나도록 섬세하게 표현해준 배우들의 훌륭하고 깊이 있는 덕입니다.
"
영화는 다음 달 3일 국내서 개봉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