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소매 금융사업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는 최근 보도 이후 금융권에선 한국씨티은행을 인수할 잠재적 후보로 DGB금융과 OK금융이 거론되고 있다. 매물로 나온다는 전제 아래 OK금융은 은행업 진출을, DGB금융은 수도권 거점 확대를 꾀하는 전략에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씨티은행 매각설 모락모락…OK금융·DGB금융 인수 눈독?
OK금융그룹 관계자는 24일 “한국씨티은행이 매물로 나온다면 일상적인 경영 활동 차원에서 검토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DGB금융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재 국내 은행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0.4배 수준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순자산이 6조2953억원을 감안하면 매각 가격은 최대 ‘2조5000억원+경영권 프리미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씨티그룹이 소비자금융 부문만을 구조조정 대상에 올렸다는 점이 변수다. 한국에서 소매금융을 철수한다 해도 다른 글로벌 은행처럼 기업금융 부문은 남겨둘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소비자금융은 씨티은행이 39개 점포를 통해 벌이는 자산관리(WM)와 신용카드 사업을 말한다.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어떻게 사업 부문을 쪼갤 것인지, 라이선스의 가치를 얼마로 책정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 계열 은행은 한국씨티은행을 인수해 덩치를 키울 유인이 거의 없다. 한 대형 금융지주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이 발달하면서 대형 은행도 기존 소매금융 사업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고민이 깊다”고 했다.

반면 덩치를 불릴 방법을 고심하는 지방금융지주는 사정이 다르다. ‘2뱅크 체계’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BNK(부산·경남은행)와 JB금융(전북·광주은행)보단 DGB(대구은행)가 관심이 클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OK금융이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2016년 씨티캐피탈을 인수해 그룹 주력사인 OK캐피탈로 키운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씨티은행을 인수하면 OK금융은 대부업에서 출발해 명실상부 제도권 금융의 정점인 은행업 진출에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까다로운 대주주 요건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OK금융 내부에선 캐피털, 저축은행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증권사, 카드사를 인수하는 게 먼저라는 의견도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