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특수기대 주민 '울상'…일부 축제는 비대면 행사로 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휩싸인 땅에도 따스한 햇볕이 비춘다.

마스크 너머 연한 꽃향기가 스며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여전히 일상에 아른거린다.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봄축제는 줄줄이 취소될 전망이다.

일부 축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차량에서 관람하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열리거나 비대면 축제로 방식을 바꾸는 등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봄 축제가 취소되면서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지자체와 주민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꽃은 피었지만, 오시면 안돼요"…올해도 봄축제 줄줄이 취소
◇ 꽃은 피었지만…"매화마을 방문을 자제해주세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던 광양 매화축제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행사가 취소됐다.

전남 광양시는 매화 축제를 취소하는 한편, 축제가 열렸던 매화마을에도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광양시는 매화마을 주차장을 전면 폐쇄하고 시청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현수막을 통해 방문 자제를 홍보하기로 했다.

축제 취소에도 상춘객이 몰릴 것에 대비해 매화마을 일원에는 집중 방역을 하고, 마스크 미착용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노점상과 무허가 건축물, 불법 음식점을 단속하는 등 감염병 확산 방지에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매화에 이어 꽃망울을 터뜨리는 구례 산수유도 축제가 취소됐다.

"꽃은 피었지만, 오시면 안돼요"…올해도 봄축제 줄줄이 취소
◇ "벚꽃은 휘날리는데"…상인들 경제적 타격에 '근심'
전국 최대 벚꽃축제로 꼽히는 경남 창원 진해군항제는 축제 개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면서 축제를 열 방법을 검토하면서도 확진자 추세에 따라 축제 자체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동향을 파악하면서 개최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며 "축제를 하더라도 전처럼 많은 방문객이 몰리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군항제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면 취소된 바 있다.

군항제 명소에 있는 한 카페 업주는 "진해에는 '군항제 특수'를 누리는 상인들이 꽤 많은데, 2년 연속 축제가 취소되면서 경제적 타격은 물론 심리적인 피로도가 크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구는 삼락 벚꽃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다.

부산 강서구도 매년 열리는 벚꽃축제를 올해 취소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다가오는 봄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3~4월에 피는 벚꽃 축제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가을 즈음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돼 많은 분이 강변 축제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꽃은 피었지만, 오시면 안돼요"…올해도 봄축제 줄줄이 취소
◇ "차에서 관람해요"…축제도 비대면으로
'지상최대의 불놀이'라 불리며 전국의 관광객을 끌어모았던 제주들불축제는 지난해 취소됐지만, 올해는 행사를 축소해 비대면으로 열린다.

제주시는 당초 일주일가량 축제 기간을 설정하고, 새별오름 등반과 버스킹 공연, 노래자랑 등 대면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모두 취소했다.

시는 3월 13일 제주시 새별오름에서 등불축제 최대 볼거리인 오름 불놓기만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진행한다.

시는 주차 여건과 방역 수칙 등을 고려해 차량 400대에 한해 관람을 허용할 방침이다.

"꽃은 피었지만, 오시면 안돼요"…올해도 봄축제 줄줄이 취소
전북 김제의 '지평선 추억의 보리밭축제'도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됐고 남원의 '지리산 뱀사골 고로쇠약수축제'는 사실상 취소됐다.

지평선 추억의 보리밭축제는 김제 진봉면 망해사 인근 1천400ha의 평야를 파랗게 물들인 청보리밭을 거닐며 추억을 되새기는 행사다.

김제시는 축제장으로 이어지는 새만금 동서도로가 최근 개통돼 올해 관광객이 대폭 늘 것으로 예상했으나 비대면 방식으로 치르게 되면서 특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울상이다.

김제시 관계자는 "축제가 김제와 새만금을 널리 알리고 지역 특산품 판매를 통해 농가 소득을 높이는 데도 기여해왔으나 올해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불가피하게 비대면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리산 뱀사골 고로쇠약수축제는 최소 인원이 모여 약수제례만 올리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정기주 지리산남원뱀사골 고로쇠 영농조합 대표는 "최근 날씨가 좋지 않고 올겨울에 눈이 쌓이지 않아 고로쇠 생산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데 축제마저 취소돼 주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백도인 형민우 박성제 한지은 백나용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