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사진)이 "공무원의 행정행위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재형 원장은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월성 원전 수사 관련 질의에 "공무원의 행정행위는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투명하게 해야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성준 의원이 "정책에 대해서 수사를 하고, 법의 잣대를 들이댈 경우는 공무원이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다"고 하자, 최재형 원장은 "공무원의 행위에 법의 잣대를 대서는 안 된다는 표현이 그런 뜻으로 말씀하신 건 아닌 것 같아서 그냥 그 정도로 넘어가겠다. 공약을 이행하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두 정당화된다는 주장은 아니시죠"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대통령 공약, 정책 수행은 제대로 하는 게 맞다"면서도 "저희가 감사한 내용은 정책 수행의 목적 설정 자체를 본 것이 절대 아니다. 수행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지켰느냐를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발전소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결정적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가 부당했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을 축소해 부당한 조기 폐쇄 결정을 했다는 취지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이 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이 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백운규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이 2018년 4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즉시 가동중단'시키는 방향으로 산업부의 방침을 정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백운규 전 장관이 관련 절차에 관여하고, 산업부 직원 등이 자료를 삭제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검찰이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으나, 지난 9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는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 "정책 시행과정의 문제점을 살피는 일을 넘어 국가 정책의 방향성에 옳고 그름을 따지고,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공직자는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