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광풍’이 다시 불고 있다.

테슬라의 대량 매입과 글로벌 금융회사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려고 은행 계좌를 새로 만드느라 은행 창구가 북새통이다.

2017년 시작돼 2018년 초 정점을 찍었던 비트코인 열풍이 다시 일고 있다.

비트코인과 ‘밴드왜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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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이와 비평

비트코인 광풍에 불을 붙인 것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사람’이란 이미지의 머스크는 “앞으로 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살 수 있게 하겠다”며 “비트코인 보유는 현금 보유보다는 덜 멍청한 행동이고, 비트코인은 화폐와 거의 다름없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최근 보유현금의 약 8%(15억달러, 1조6500억원)를 비트코인으로 바꿨다고 발표했다.

머스크의 발언이 ‘밴드왜건 효과’를 촉발시켰다. 지난해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주식시장이 주춤하는 상황에서 머스크가 ‘새로운 유행’을 제시한 형국이다.

밴드왜건 효과는 유행에 편승하려는 심리를 가리키는 말로 잘 알려져 있다. 편승효과, 유행효과, 부화뇌동효과 등으로 번역된다. 서커스 악대 뒤를 따라가는 아이들처럼 별 생각없이 남이 하는대로 따라한다는 부정적 의미로 주로 쓰인다.

‘모방소비’가 대표적인 밴드왜건 효과다. 친구들이 모두 롱패딩을 입으니까 자신도 롱패딩을 산다든지, 여러 식당이 모여 있는 곳에서 손님이 많은 곳을 고른다든지,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 건수가 많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 등이다.

그렇다면 모방소비와 밴드왜건 효과는 부정적인 것인가. ‘남을 따라한다’는 걸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다른 사람들(특히 많은 사람들)의 선택에서 자신에게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대세를 따르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고등학생들의 경우 남녀학생 모두 밴드왜건 효과가 합리적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이 연구는 남을 따라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계획없이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를 따라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하는 게(A) 잘못이 아니라,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 등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게(B) 잘못이란 얘기다.

마케팅에선 시장 진입 초기에 유명인이나 의견 선도 그룹이 자사 상품을 사용하게 만들어 다른 소비자들에게 밴드왜건 효과를 유발하는 전략을 자주 사용한다.

현명한 마케터라면 밴드왜건 효과로 확보한 고객(A) 가운데 단순 모방 소비자(B)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단순 모방 소비자의 비중이 얼마인지에 따라 향후 마케팅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