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직원들 군부대에 속속 구금"…선거부정 조작 시도?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가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는 의료진에 대한 탄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병원 의료진의 시위가 공무원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촉발했고, 지난 9일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한 사실도 의료진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13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오전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경찰이 시민 불복종 운동을 지지한 킨 마웅 르윈 만달레이 의과대 총장의 자택을 급습, 르윈 총장을 영장도 없이 체포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웃 주민들이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강하게 항의하자 물러났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밤에는 중부 마그웨 지역에서도 경찰이 아웅란병원 의료과장을 체포하려다 이웃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또 비슷한 시기에 북부 샨주에서는 사복 경찰관 2명이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는 한 외과 의사의 자택에 들이닥쳤다.
같은 날 남서부 에야와디 지역에서는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며 개인 의원에서 환자들을 무료로 치료하던 한 의사가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이 폐쇄회로TV(CCTV)에 찍혔다.
군부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항의 시위가 벌어진 지난 3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과 만달레이 등지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수백 명이 시민 불복종 운동을 시작했고, 이는 수천 명의 공무원과 주요 공기업 직원들이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지난 12일에도 양곤에서 1천 명에 달하는 의사들이 가운을 입고 시내 중심가를 행진하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문민정부 인사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고, 13일에도 의료진이 거리로 나왔다.
또 지난 9일 수도 네피도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 2명이 중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관련 의사가 현지 매체와 외신에 알려 군부가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행위가 벌어졌지만 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면서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수치 고문을 구금하고 정권을 잡았다.
이 때문에 군정 최고사령관의 공무원 업무 복귀 및 시위 자제촉구에도 불구하고 쿠데타를 규탄하는 거리 시위가 미얀마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군정이 지난 10일 밤부터 11일 새벽 사이에 각 지방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해 속속 군부대에 구금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선관위 한 관계자는 "군이 우리에게 체포된 것이 아니라면서 협조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면 선거에 대해 얘기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군정이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광범위한 선거부정이 있었던 것처럼 사건을 조작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