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 방역 전선 지키는 보건소 직원·공무원들 "가족에게 미안"
[르포] 선별진료소에서 맞는 두 번째 명절…"다음 명절은 집에서"
"여보, 이번 설에는 시댁에 못 가겠어요.

"
설 연휴 첫날인 11일 오전 김현아 주무관은 직장인 광주 북구보건소로 향했다.

예전 명절 같으면 오랜만에 시골로 향하는 길에 오를 시간이었다.

초등학생 남매의 어머니기도 한 그녀의 출근길은 바쁘다.

온종일 집에 있는 남매에게 끼니를 챙겨줄 사람이 없어, 이른 새벽 두 귀염둥이가 먹을 도시락을 싸 놓고 서둘러 집을 나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어제 광주 확진자 13명 발생'
매일 오전 8시에 오는 코로나19 확진 상황을 알리는 재난 안내 문자의 요란한 알람은 1년여째 출근길 배경음악이 됐다.

"어제도 많이 나와 오늘도 바쁘겠네…"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어 명절 연휴 첫날 광주 북구선별진료소는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검사 대상자로 북새통이었다.

보건소 사무실에서 일일 상황을 체크하고 회의를 마친 김 주무관은 보건소 옆 공영주차장 건물에 차린 선별진료소로 서둘러 뛰어간다.

[르포] 선별진료소에서 맞는 두 번째 명절…"다음 명절은 집에서"
계단을 오르느라 가쁜 숨을 고를 틈이 없이 방역복을 갖춰 입고, 선별진료소 현장의 부족한 일손을 채운다.

문진 데스크에 앉아 검사 절차와 주의사항을 하나하나 설명하기도 하고, 검사 대상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현장 안내와 검체 채취에도 힘을 보탠다.

정신없이 닥친 일을 해나가다 보면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에 덧씌운 페이스쉴드에 성에가 낀다.

시야를 흐리는 습기를 닦아내는 잠깐이나마 오늘이 명절 휴일임을 깨닫는다.

선별진료소를 찾는 시민 대부분이 감염 가능성에 표정이 어두운 탓에 선별진료소는 분위기는 온종일 가라앉아 있다.

광주 북구 보건소에는 연휴 첫날 보건소 직원과 공무원 35명이 비상 근무를 한다.

나흘 연휴에 140여 명이 동원되는 셈인데, 직원 1명당 이틀간 연휴를 반납하고 종일 근무해야 한다.

선별진료소 외에도 자가격리 관리 담당, 검체 이송 담당, 확진자 이송 담당, 역학조사 담당 등 맡은 바 일을 해내느라 추석에 이어 올해 설도 명절은 말뿐이었다.

[르포] 선별진료소에서 맞는 두 번째 명절…"다음 명절은 집에서"
가족에겐 늘 미안한 마음이다.

김 주무관도 설을 앞두고 남편에게 고향에 못 간다고 미리 말해뒀다.

시간을 내 갈 수도 있지만, 방역 최일선에서 일하면서 고향 방문 자제 지침을 무시하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하는 어머니 탓에 어린 자식들에게 명절다운 명절을 느끼게 해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 주무관은 "부모님께는 전화로 안부를 드려야 한다"며 "자녀들은 가족끼리 세배를 하고 떡국을 끓여 먹으며 조용한 명절을 보낼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오랜 기간 세심하게 보살피지 못해 미안하지만, 엄마를 자랑스럽다고 생각해주는 아이들을 보며 힘듦을 잊는다"며 "다음 명절에는 이곳 선별진료소가 아닌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은 게 소망이다"고 했다.

[르포] 선별진료소에서 맞는 두 번째 명절…"다음 명절은 집에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