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기차역·버스터미널 차분…수화물 창구는 '가득'
'매장 취식 금지' 고속도로 휴게소 여유…신권 교환 은행 발길도 줄어
"올해 설에도 마음과 택배만"…코로나19 귀성길 한산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전국 주요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은 예년 같은 떠들썩한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이동 자제 분위기 속에 귀성·귀경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고속버스 수화물 접수창구에는 대신 고향집으로 보내지는 택배상자나 자식들에게 보내는 정성이 듬뿍 담긴 토산품, 음식물 꾸러미가 가득했다.

대전역과 서대전역에는 명절을 쇠러 가는 것으로 보이는 가족 단위 시민을 거의 찾기 어려웠다.

방역 지침 준수 당부와 귀성을 미뤄달라는 취지의 플랫폼 안내문 뒤로 '나 홀로' 승객으로 보이는 이들만 거리를 두고 차례로 열차에 올랐다.

광주에서 전남 22개 시·군과 전국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광천동 버스터미널도 명절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산한 모습이다.

매표 상황도 여유로워 서울발 프리미엄 버스 일부만 매진됐을 정도다.

광주의 또 다른 관문인 송정역은 정오를 넘어서자 이용객이 차츰 증가했으나, 연휴를 앞둔 활기찬 분위기는 없었다.

정모(37·여)씨는 "이번 설에는 시댁도 친정 식구도 각자 명절을 쇠기로 해 집에만 있을 예정"이라며 "그래도 차례는 지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가족들 심리적인 거부감 때문에 모이지 않는 설을 결정하기까지 일주일 정도 전화로 설왕설래했다"고 말했다.
"올해 설에도 마음과 택배만"…코로나19 귀성길 한산
부산 서부 터미널도 가족 단위 귀성객은 찾기 힘들었다.

14년 경력의 버스 운전기사 김모(60)씨는 "원래 이맘때쯤이면 대목을 맞아 관광버스 1대당 최대 수용 인원인 45좌석을 가득 채우고 이동했다"며 "입석이라도 타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많아야 손님 10명을 태운다"고 전했다.

강원도 주요 터미널과 역 주변에는 인파 대신 '올 설에는 어디 댕기지 말고 내년 설에 마카모예!', '님아, 동해·망상 IC를 건너지 마오'처럼 방문을 말리는 현수막이 자리했다.

귀성객과 역귀성객의 왕래가 준 대신 고속버스를 이용한 각 터미널 수화물 접수창구에는 정성이 듬뿍 담긴 택배상자나 명절 음식 꾸러미가 가득했다.

대전 한 버스터미널 직원은 "지난주부터 물량이 점점 몰리기 시작하더니 어제(9일)부터는 잠시 보관할 장소가 부족할 정도로 택배가 많다"며 "작년 추석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설에도 마음과 택배만"…코로나19 귀성길 한산
일부를 제외한 각 지역의 주요 도로 차량 소통은 대체로 원활한 편이다.

오후 3시 현재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천안 입장에서 천안휴게소까지 25㎞ 구간, 서울 한남에서 서초 구간 등지에서만 정체가 빚어졌다.

고속도로 휴게소도 일부 지역에선 진·출입으로 한때 혼잡했으나, 평소 이맘때와 견주면 붐비는 정도는 아니었다.

휴게소 매장 내 음식 취식이 금지되면서, 점심도 해결하고 지역 명물도 맛볼 겸 귀성길을 잠시 멈추던 식도락 객은 거의 보기 어려웠다.

상주에서 경주로 자가 운전한 정모(43)씨는 "아예 휴게소에 들르지도 않았다"며 "이번엔 출발할 때부터 텀블러에 커피를 준비해 죽 내달렸다"고 전했다.
"올해 설에도 마음과 택배만"…코로나19 귀성길 한산
세뱃돈으로 쓸 신권을 바꾸려는 사람들로 이맘 때 북적였던 은행도 발길이 크게 줄었다.

직장인 임모(38)씨는 "1인당 신권교부 금액 제한에 황급히 동료까지 불러서 신권을 확보하는 등 늘 간신히 마련했는데 올해는 아주 여유 있게 바꿨다"며 "추석에 이어 올 설에도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해 너무 아쉬운데, 하루빨리 일상이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